코로나가 점차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되면서 일상 회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발길이 끊겼던 공항에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북적인다. 패션 업계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프랑스 브랜드 발망의 2021~2022 가을·겨울 컬렉션의 주제는 ‘탈출’이었다. 활주로와 실제 비행기 앞에서 ‘공항 패션’을 선보이며 팬데믹 이후의 해외여행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달을 배경으로 마치 방금 우주선에서 내린 듯한 모습의 우주여행 룩이었다.
우주여행은 오랫동안 패션 산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일찍이 1960년대 소련과 미국 사이의 우주 경쟁이 한창일 때, 파코 라반, 피에르 가르뎅 같은 디자이너들은 우주선과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을 선보였다. 지난 2006년 디올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실제 우주복을 입고 나와 캣워크로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샤넬은 한 술 더 떠, 2017년 패션 쇼장 한가운데 샤넬 로고와 ‘No.5′ 글자가 새겨진 35m 높이의 로켓 모형을 설치해 발사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동안 우주여행은 패션을 생각할 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우주복은 중력가속도의 변화와 재진입 시 로켓 표면과 공기 마찰로 인해 생기는 고열, 우주방사선과 진공(眞空)이라는 척박한 우주환경으로부터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패션으로서의 옷보다는 생명 유지 장치에 가까웠다. 1960년대 최초의 우주인들은 고고도 제트비행기 압력복을 개조해 겉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처리한 은색 우주복을 입었다. 이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속옷 업체 플레이텍스가 미항공우주국(NASA) 공학자들과 함께 만든 21겹의 직물로 짜인 단단한 갑옷과 같은 흰색 우주복을 입었다.
우주여행은 오랫동안 패션 산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일찍이 1960년대 소련과 미국 사이의 우주 경쟁이 한창일 때, 파코 라반, 피에르 가르뎅 같은 디자이너들은 우주선과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을 선보였다. 지난 2006년 디올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실제 우주복을 입고 나와 캣워크로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샤넬은 한 술 더 떠, 2017년 패션 쇼장 한가운데 샤넬 로고와 ‘No.5′ 글자가 새겨진 35m 높이의 로켓 모형을 설치해 발사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오른쪽에서 둘째)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개발 업체 버진갤럭틱과 스포츠 의류 업체 언더아머가 공동 개발한 우주복을 입고 있다. /버진갤럭틱 |
그동안 우주여행은 패션을 생각할 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우주복은 중력가속도의 변화와 재진입 시 로켓 표면과 공기 마찰로 인해 생기는 고열, 우주방사선과 진공(眞空)이라는 척박한 우주환경으로부터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패션으로서의 옷보다는 생명 유지 장치에 가까웠다. 1960년대 최초의 우주인들은 고고도 제트비행기 압력복을 개조해 겉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처리한 은색 우주복을 입었다. 이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속옷 업체 플레이텍스가 미항공우주국(NASA) 공학자들과 함께 만든 21겹의 직물로 짜인 단단한 갑옷과 같은 흰색 우주복을 입었다.
물을 순환시켜 우주복 내의 온도를 유지시키는 장치뿐만 아니라 호흡장치, 통신장비, 배설보조장치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아폴로 우주복의 기본 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끊임없이 해결하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압력과 유연성의 딜레마다.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돼 밀폐된 상태를 만드는 현재 우주복은 착용자가 안정적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우주복 내 산소와 기체 압력을 모두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기압이 너무 낮아지면 혈액 등 몸 안의 체액과 그 안에 있는 가스가 끓어오르기 때문에, 우주복 내에 기체를 가득 채워야 한다.
문제는 빵빵하게 팽창된 우주복을 입으면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1965년 세계 최초로 우주유영을 시도한 소련의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빵빵한 우주복 때문에 우주선 캡슐 안으로 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오노프는 스스로 우주복 밸브를 열어 기압을 낮춘 뒤 간신히 캡슐 안으로 돌아왔다. 현재 미국은 우주왕복선의 선외 활동을 위해 개발한 우주복 EMU의 내부 압력을 대기압의 약 3분의 1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주인들은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적지 않은 제약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NASA는 우주 유영을 많이 수행한 우주인일수록 어깨 수술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될 정도로 우주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도 이어지고 있다. NASA 부국장을 지낸 데바 뉴먼 미 MIT 교수는 우주복에 압력을 가하는 대신 형상 기억 합금을 사용해 피부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방식의 바이오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우주개발업체 제네시스 엔지니어링 솔루션스는 선외 우주활동을 할 때 단점이 많은 기존 우주복 대신 추진기와 로봇팔이 장착된 1인승 소형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복으로서의 접근이다. 지금까지의 우주복은 우주인들의 선외 ‘작업복’이었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기간의 달이나 화성 탐사, 우주 관광 시 착용할 수 있는 실내 ‘일상복’으로서의 기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민간 우주관광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들은 의류업체들과 손잡고 우주관광에 대한 매력을 강조하는 우주복을 선보이고 있다.
미 스페이스X는 아이언맨·배트맨 등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의상을 디자인한 할리우드 디자이너 조세 페르난데스를 고용해 우주복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의 요구에 따라 우주로 나가는 영웅의 턱시도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준궤도 우주여행의 서막을 알린 영국 버진 갤럭틱은 스포츠 의류회사 언더아머를 우주복 제조 업체로 선정, 체온 유지와 통기성을 고려한 기능성 소재로 스포티한 우주복을 선보였다.
장기간 우주 체류에 대비하기 위해 ‘우주 빨래’에 대한 연구도 시작됐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물 부족으로 실내 우주복 빨래를 하지 않고 몇 차례 입고 버린다. 이렇게 1년에 버려지는 옷이 우주인 1명당 68㎏ 정도다. 지난해 12월 NASA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는 생분해성 우주세제 실험 장비를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으며, 앞으로 4.5㎏ 빨래에 15리터 정도의 물만 사용하고 이 물을 다시 식수로 사용하는 공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제 우주는 기술 실현의 공간이나 패션업계 영감의 원천을 넘어, 기존 산업들에 새로운 사업 영역과 브랜딩 기회를 제공하는 일상 공간이 되고 있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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