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박기웅 |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김수현(25) 박기웅(28) 이현우(20)의 액션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할리우드 대작들의 연이은 공세를 모두 이겨내며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동시에 ‘김수현 신드롬’, ‘김수현 효과’라는 말이 일반 명사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김수현의 공인 것은 맞지만,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의 역할도 컸다”고 말한다.
세 사람 중 특히 박기웅을 배려하는 말이다. 대선배이면서 조연인 손현주(48)나 아직 주연이지만 신예인 이현우는 그렇다 해도 함께 주연한 박기웅은 김수현과 나이는 3살 차이이지만 연기는 한참 선배이기 때문이다. 즉, 김수현에게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박기웅이 자칫 마음 상하지 않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직접 만나고, 주변 영화인들을 통해 들은 박기웅이라면 그런 것에 마음쓰거나 상처를 입을리 없다. 그 정도로 속좁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1일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박기웅은 2TV 수목극 ‘각시탈’의 악역인 일본인 경부 ‘기무라 슌지’ 역으로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이때 박기웅은 남다른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가 혹시나 조연상을 받게 된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희 드라마에는 여기 참석한 배우들 말고도 수많은 조연들, 단역배우들, 보조출연자 분들이 계십니다. 이 상을 그분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극의 구성원이 되겠습니다.”
박기웅이 무대에서 내려간 뒤 MC인 배우 윤여정(66)이 그 소감을 다시 거론할 정도의 ‘개념 소감’이었다.
‘각시탈’에서 주인공 ‘이강토’로 공연한 후배 주원(26)이 연기대상에서 상을 휩쓸 때도 친형처럼 기뻐해준 박기웅이다. 이번 영화에서 지난해 MBC TV 사극 ‘해를 품은 달’, 1300만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 등으로 핫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이 주인공 ‘원류환’을 맡은 만큼 당연히 포커스가 그에게 맞춰질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에게 러브콜을 해온 수많은 작품의 퍼스트 주연을 마다하고 주저 없이 세컨드 주연인 ‘리해랑’을 맡은 이유다. 그리고, 이제 흥행성공의 모든 공을 김수현이 차지하는 것마저 먼저 반기고, 더 뜨겁게 박수를 쳐주고 있다.
“‘각시탈’을 마친 뒤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작품이 들어왔어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그 중 하나였죠.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을 읽어봤는데 정말 재밌더군요. 무엇보다도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들이 많았어요. 수현이가 나오는 것이 부담되지 않았냐고요? 수현이가 잘나가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퍼스트니 세컨드니 의식하는 것 같아요. 저는 배역의 크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할리우드 배우들도 다 그러잖아요. 이번에도 수현이가 원류환이어서 더 마음 편하게 이해랑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걸요”라고 털어놓는다.
박기웅은 ‘각시탈’에서 주원과 첫 인연을 맺고 형제처럼 가까워졌다. 정반대 성격이 N극과 S극처럼 끌어당긴 덕이었다. 그런데 김수현과는 반대로 성격이 같아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엄기준형이 제게 그러더군요. 수현이와 제가 성격이 비슷하다고요. 그 말을 들은 뒤에 수현이를 만났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성격이 같으니 빨리 통할 수 있었죠.”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과는 정반대라서, 성격이 같은 사람은 같아서 친해진다는 것을 곱씹다 보면 박기웅의 성격이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는 무조건 제가 맞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냥 ‘그는 나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죠”라는 박기웅의 말이 그의 원만한 성격에 대한 짐작이 옳았음을 뒷받침해준다.
“한겨울에 촬영하느라 추운데서 고생했겠다”는 물음에 박기웅은 “저야 로커 설정이라 옷을 자유롭게 입은 덕에 내복도 입고, 속에 핫팩도 붙이고 따뜻하게 지냈죠. 하지만 수현이는 얇은 추리닝에다 맨발이라 정말 고생했답니다. 현우도 교복이라 얇아서 고생 많이 했을 거에요”라고 동생들을 먼저 챙긴다. 그리고 “스태프들이 정말 배우들에게 맞춰주시고 배려를 잘해주셨어요. 덕분에 저희는 정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라는 말이 이어질 때 그의 마음 씀씀이에 나도 모르게 탄복하게 됐다.
박기웅이 배우로서도 훌륭하지만 그에 앞서 ‘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필모그래피다. 박기웅은 2005년 일본 호러 ‘괴담’으로 데뷔해 이듬해 모 CF에서 ‘맷돌춤’를 선보이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많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주연은 물론 조연, 카메오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들었다.
그런데 보통 20대 배우들은 주연을 한 번 꿰차면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조연을 피한다. 또 선한 역할을 하고 나면 악한 역할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애써 쌓은 자신의 값어치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박기웅은 큰 작품에서 주연을 한 뒤 바로 작은 작품에서 조연을 하고, 선한 역할을 하고 나서 바로 악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한중일 합작 드라마 ‘풀하우스 테이크2’의 주연을 맡아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던 때에 이미 자리를 굳힌 한류스타들도 출연을 꺼리던 항일 소재의 ‘각시탈’에 출연하는 다소 바보 같은 선택까지 했다.
“저는 배우니까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가리지 말아야죠”라는 말은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 ‘각시탈’을 마친 후 만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 없어요. 우정출연이라도 좋아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작품 외적인 부분이요? 저는 상관 안해요. 그래서 주위에서는 걱정들 해주죠. 사람이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하면서요. 그런데 저는 괜찮답니다. 아니, 그렇게 저를 걱정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하죠.”
비중이나 이미지를 떠나 맡은 역할을 모두 잘해내는 배우, 그가 박기웅이다. 그리고 늘 다른 사람들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그 역시 박기웅이다.
ace@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3호(6월25일~7월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