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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 없이 홀로 사진 찍는 MZ세대...내 눈에 예쁜 내 모습 찍는 '셀프 사진관'

매경이코노미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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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으면 열 평도 안 되는 매장 안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두세 개의 부스가 있다. 상주하는 관리인은 없다. 아기자기한 동물이나 꽃 모양 머리띠가 담긴 바구니 정도가 있을 뿐이다. 최근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셀프 사진 부스’다. 10여년 전까지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 기계와 비슷한 듯 다르다. 5000원 정도 요금을 내고, 리모컨을 조종해 스스로 사진을 찍고, 네 컷이나 여섯 컷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인화해 받는다. 글씨를 쓰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꾸미기’ 서비스도 없는 담백한 사진 한 장이다. 기계 두어 대뿐인 매장이지만,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 주요 지역의 매장에서는 주말이면 한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사 없이 홀로 사진을 찍는 셀프 스튜디오 ‘사진온실’. 이곳은 거울 안에 카메라를 설치한 특수한 촬영 기법을 적용, 자신의 모습에 보다 몰입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온실 제공)

사진사 없이 홀로 사진을 찍는 셀프 스튜디오 ‘사진온실’. 이곳은 거울 안에 카메라를 설치한 특수한 촬영 기법을 적용, 자신의 모습에 보다 몰입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온실 제공)


▶사진관의 진화

▷리모컨 들고 내 모습 ‘찰칵’

사진관.

5년, 10년 전까지만 해도 진입장벽이 높은 이름이었다. 증명사진이나 여권 사진처럼 반드시 필요한 용도가 아니라면, 가족사진이나 웨딩 사진처럼 큰일이 있을 때나 큰맘 먹고 찾는 곳이었다. 전문 사진사가 상주하며 가족사진 한 번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부르는 사진관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모습이라면, 요즘은 조금 다르다. 리모컨을 들고 스스로 사진을 찍는 셀프 스튜디오부터, 5000원짜리 한 장이면 그럴싸한 사진 한 장을 바로 뽑아주는 셀프 사진 부스까지 등장했다. 사진관의 진화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상수역 사이의 ‘걷고 싶은 거리’. 이곳 한가운데에는 100m 남짓 반경 안에 4개의 셀프 사진 부스 매장이 위치해 있다. 모두 24시간 운영되고, 매장 안에는 기계 몇 대뿐인 무인 셀프 사진 부스 매장이다. 이렇게 매장이 몰려 있는 곳도, 주말 오후부터는 사람이 붐빈다.


셀프 사진 부스가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도 여럿 생겼다. 2018년 문을 연 엘케이벤쳐스의 ‘인생네컷’이 대표적이다. 4월 13일 기준 인생네컷의 전국 매장은 376곳에 달한다. APR이 운영하는 ‘포토그레이’는 전국 4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100호점을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포토이즘’ ‘포토시그니처’ ‘해리포토’ 등 다수 프랜차이즈가 있다.

셀프 사진 부스 시장에 프랜차이즈 경쟁이 벌어지면서, 특색 있는 콘셉트의 부스를 내세워 승부를 걸기도 한다. 포토그레이는 AI 안면 인식을 통한 자동 보정 시스템을 도입했고, 색색의 컬러 조명을 부스 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RGB Photo Studio’는 부스마다 RGB(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와 백색등 총 4가지 조명을 각각 끄고 켤 수 있게 해, 자신만의 조명 색 조합을 맞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하루필름’ 역시 밝은 색감으로 보정해주는 기능을 기계에 갖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셀프 사진 부스를 주로 찾는 이들은 역시 MZ세대, 그중에서도 1020세대다. 인생네컷의 주 방문 연령층은 10대가 50%, 20대가 40% 수준이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다른 브랜드와 협업 사례도 많다. 인생네컷은 원더케이, 디즈니, 넷플릭스 등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전통적인 사진관에 ‘셀프’를 더한 스튜디오도 눈길을 끈다. 보다 고급화된 셀프 사진관이다. 카메라가 설치된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만 남겨져, 리모컨을 조종해 30~40분의 시간 동안 스스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다. 보정이나 사진 인화 방식 등은 일반적인 사진관과 동일하게 전문가 손길을 거친다. 가족사진이나 웨딩 사진, 돌 사진 같은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도 이곳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서울 서초구의 셀프 스튜디오 ‘사진온실’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셀프 스튜디오의 매력을 극대화한 곳이다. 아예 전면 거울 속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하는 특허 기술을 도입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이곳은 특히 사진을 전공한 전문 사진사가 운영해, 사진은 스스로 찍되 후보정이나 인화 등은 일반 사진관보다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집중한다.

이상재 사진온실 대표는 “사진사가 주도하는 촬영은 고객이 카메라만 보고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찍히는지 잘 알지 못한 채로 찍게 된다. 대형 거울을 보며 스스로 촬영하는 셀프 스튜디오의 경우 가족이나 배우자와 찍을 때, 같이 찍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찍는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감정이 사진 속 표정에 담긴다. 촬영된 사진 안에 눈시울이 붉어진 손님을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셀프 사진 부스 매장에는 촬영 기계만 여러 대 자리해 있을 뿐, 상주하는 관리인 등은 거의 없다. (윤은별 기자)

셀프 사진 부스 매장에는 촬영 기계만 여러 대 자리해 있을 뿐, 상주하는 관리인 등은 거의 없다. (윤은별 기자)


▶‘사진 찍기’ 자체가 재미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모습

셀프 사진관의 인기 비결은 뭘까.

우선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려 자아를 표출하거나 과시하는 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특성과 셀프 사진관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 ‘인스타그래머블’한 MZ세대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수시로 올리고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꾼다. ‘사진 찍기’가 이벤트가 아닌 일상인 것”이라면서 “이들에게 셀프 사진 부스 등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특별하다. 셀프 사진 촬영이 MZ세대가 사랑하는 하나의 ‘재미 찾기 행위’가 됐다”고 설명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셀프 사진관에서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만 남아 사진을 찍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리모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순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각도와 포즈로 ‘나만 아는 나의 예쁜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셀프 사진 부스나 셀프 스튜디오를 자주 찾는 20대 취업준비생 황 모 씨는 “지금 나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을 때 찾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내가 가장 맘에 드는 모습을 부담 없이 찍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셀프 사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4~6컷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출력된다. (APR 제공)

셀프 사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4~6컷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출력된다. (APR 제공)


▶‘무인 저비용’ 창업자에게 매력적

▷‘유행 창업’은 주의해야

‘사장님’에게도 셀프 사진관 창업 모델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진 부스 매장의 경우 사실상 무인으로 운영돼, 인건비가 0에 수렴한다. 다점포 운영을 하기에도 적합하고, 여러 대 기계가 매장 구성의 전부라 초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관과 유사한 셀프 스튜디오의 경우에도 고객을 안내하고 보정을 맡는 직원 한 명이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직원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부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창업자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다만 이미 많은 매장이 들어선 만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창업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어떤 업종이든 유행에 올라타는 창업은 신중해야 한다. 유행이 지나도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지 등을 잘 판단해야 한다”면서 “또한 업종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즉 점포 비용이 비싼 입지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5호 (2022.04.20~2022.04.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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