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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엔 칭따오"는 옛말…달라지는 中맥주시장[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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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수년 동안 줄어들던 시장, 고급화 추세로 질적 성장 분위기]

칭다오맥주의 프리미엄 맥주 '오거타'/사진=중국 인터넷

칭다오맥주의 프리미엄 맥주 '오거타'/사진=중국 인터넷


'양꼬치엔 칭따오.'

지난 2015년 개그맨 정상훈이 케이블채널 tvN의 'SNL 코리아'에서 중국 특파원 역할을 하면서 만들어낸 유행어다. 필자는 중국 칭다오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칭다오맥주를 많이 접했는데, 국내에서 양꼬치가 인기를 끌고 칭다오맥주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자 신기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칭다오 맥주는 중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 이면에는 서글픈 역사적 배경이 있다. 1897년 서구 열강의 중국 쟁탈전이 한참이던 시절, 독일이 99년 동안 강제조차한 지역이 바로 칭다오를 포함한 교주만(膠州灣)지역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4년 영국과 일본 연합군에게 패해 칭다오를 떠났지만, 칭다오에 붉은 지붕의 건축물과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만든 맥주를 남겼다. 그때 독일인이 만든 맥주회사가 지금 칭다오맥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칭다오맥주는 우수한 독일 기술로 만든 맥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중국 맥주시장을 살펴보자.


세계 1위 맥주 소비국이지만, 2013년 최고치 찍고 생산량 감소


인구가 많다 보니 중국에는 세계 1위도 많다. 맥주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맥주생산량은 1998년 독일을 따라잡고 세계 2위로 부상했으며 2002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맥주 소비국이 됐다. 하지만 중국 맥주생산량은 2013년 4983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 추세에 진입했다.

화룬맥주, 칭다오맥주, 버드와이저(안호이저부시) 등 대형 맥주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후 경제성 떨어지는 공장을 폐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후 중국 맥주생산량은 수년 간 감소추세가 지속됐으며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까지 확산되며 생산량이 9.4% 급감했다.

지난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중국 맥주생산량은 4.4% 늘어난 3562만㎘를 기록하며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맥주생산량인 3562만㎘만해도 14억인구가 1인당 약 25리터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중국 맥주 생산량 감소에는 인구추세 전환 역시 영향을 미쳤다. 2013년부터 중국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맥주 주요 소비층인 20~34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7.3%에서 2020년 21.8%로 줄었다.

맥주회사가 생산하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의미다. 중국 맥주산업도 화룬맥주, 칭다오맥주, 버드와이저(안호이저부시), 옌징맥주, 칼스버그 등 5개사 주도의 과점구조로 개편됐다.


5개사가 시장의 92% 차지

2020년 중국 맥주시장에서 화룬맥주, 칭다오맥주, 버드와이저, 옌징맥주, 칼스버그 등 상위 5개사의 점유율 합계는 92%를 기록했다. 화룬맥주의 점유율이 31.9%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칭다오맥주(22.9%)가 차지했다. 3~5위는 버드와이저(19.5%), 옌징맥주(10.3%), 칼스버그(7.4%)다.

중국 5대 맥주 브랜드 중에 외국맥주회사는 버드와이저와 칼스버그로 양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약 27%에 달한다.

중국 맥주는 지역색이 강하다. 칭다오가 위치한 산둥성에서는 누구나 칭다오맥주를 마시지만, 베이징에서는 대부분 옌징맥주를 마신다(옌징은 베이징의 옛 지명). 동북지역의 하얼빈맥주와 중서부지역의 충칭맥주도 유명한데, 하얼빈맥주는 버드와이저, 충칭맥주는 칼스버그에 인수됐다.

중국 맥주생산량이 2013년 최고치를 찍고 하락하다가 2021년에야 증가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맥주의 고급화 추세다. 2018년 무렵부터 중국에서 '소비 업그레이드'로 불리는 소비의 고급화 추세가 부상한 이후, 맥주를 이왕 마실 바에는 좋은 맥주를 마시겠다는 고급화 바람이 강하게 분 것이다.


양보다 질적인 성장추세로 전환하는 중국 맥주시장

맥주의 고급화 추세로 인해 맥주 판매량이 감소하는 반면, 가격은 올라가면서 맥주 산업이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 추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21년 중국 맥주 생산량은 3562만㎘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액은 9% 늘어나며 1600억 위안(약 30조4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중국주류업협회는 추산했다. 협회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맥주 생산량과 매출액이 둘 다 증가했다며 맥주산업이 바닥을 치고 상승 전환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아직 중국 맥주의 고급화 정도는 낮다. 중국 증권사인 SPDB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맥주의 가격대별 판매 비중은 대중화된 맥주가 60%를 차지한 반면, 중고급 맥주는 20%, 고급(프리미엄) 맥주는 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고급맥주는 병당 가격이 8위안(약 1520원) 이상인 프리미엄 맥주다. 대중화된 맥주 가격(3~5위안)보다 두 배 비싼 맥주로서 2010년 2.6%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2020년 약 10%로 급증했다. SPDB 인터내셔널은 중국 시장의 소비 업그레이드 추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10년 이내 프리미엄 맥주 점유율이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내 프리미엄 맥주 점유율이 34%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달성가능한 수치다.

/사진=칭다오맥주 홈페이지

/사진=칭다오맥주 홈페이지


중국 주류업계도 낙관적이다. 허용 중국주류업협회 비서장은 "향후 3~5년 이내에 프리미엄 맥주 비중이 15~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것이며 과일맥주, 생맥주, 흑맥주, 수제맥주 등 다양화 추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주류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맥주와 바이주(白酒)는 모두 70%를 차지하는데, 맥주가 주류 판매량의 70%를 차지하는 반면 바이주는 주류 매출액의 70%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대중화된 술인 맥주보다 고급술로 여겨져는 바이주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맥주가 중국 주류업계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했지만, 바이주 이익 비중은 무려 89%에 달했다. 앞으로 중국 맥주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되면 이 비중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양꼬치엔 칭따오'를 마시기에는 가격이 약간 부담될지도 모르겠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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