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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자를뻔 했던 우즈...'롤모델 호건'처럼 기적의 샷 날린다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중앙일보 성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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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에겐 벤 호건이 재기의 아이콘이다. 우즈가 2008년 무릎을 다친 상태로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스포츠 사상 최고의 재기는 (내가 아니라) 호건”이라고 했다.

20세기 중반의 전설적인 골프 스타 벤 호건은 1949년 1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중앙선을 침범한 고속버스와 정면충돌한 후 “다시 걸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가 재기, 이듬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마치 각본에 있었던 것처럼 우즈도 지난해 2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했다. 호건과 비슷한 길을 가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호건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옆자리에 탄 부인을 보호하려다 크게 다쳤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 미국의 관심사가 됐다. 하루에 수백 통의 편지를 받았다.

목숨이 위험했다. 응고된 핏덩이가 다친 왼 다리에서 가슴 쪽으로 이동했다. 이 혈전은 주요 동맥을 막아 호건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컸다.

AP 통신은 만일을 대비, 호건의 부고 기사를 제휴사에 보냈을 정도였다. 위기는 넘겼지만, 이 혈전이 피의 흐름을 막아 걷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호건은 고통스런 재활을 했다.


호건이 복귀전에서 우승한 건 아니다. 그의 복귀 첫 경기는 50년 LA오픈이었다.

골프계에선 호건이 더는 선수로 뛰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LA오픈 주최 측은 호건을 선수가 아니라 명예 스타터(대회 전 시구를 하는 원로 선수)로 초빙했다.

벤 호건이 LA오픈(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티샷하고 있다. [중앙포토]

벤 호건이 LA오픈(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티샷하고 있다. [중앙포토]


호건은 “만약 LA에 간다면 선수로 간다”고 했고 실제로 경기에 참여했다. 호건이 출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LA 지역의 카메라와 필름이 거의 다 팔렸다고 전해진다.


역사적인 호건의 복귀를 사진에 담아두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당시 호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경기 중 호건 사진 안 찍기’ 캠페인도 있었다.

호건은 복귀전에서 라이벌인 샘 스니드와 각축을 벌였다. 호건은 4라운드 중 “다리가 아파 연장전을 못 할 것 같아 상대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내줬다. 그러나 4라운드에 연장까지 90홀을 걸어서 마친 것 자체는 절반의 승리였다.


호건은 마스터스에도 나갔다. 우승 경쟁을 했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76타를 치며 공동 4위로 마쳤다. 호건은 “오거스타의 언덕길이 힘들었다”고 했다.

호건은 두 달 후 US오픈에서 재기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LA오픈과 마스터스는 호건 재기의 과정이었다.

195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벤 호건. 그는 교통사고에서 재기한 50년과 51년 2년 연속 US오픈에서 우승했다. [AP]

195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벤 호건. 그는 교통사고에서 재기한 50년과 51년 2년 연속 US오픈에서 우승했다. [AP]


우즈는 지난해 교통사고에서 “다리 하나를 잘라야 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가 불굴의 의지로 재활했다. 마스터스가 첫 공식 경기 출전, 그러니까 복귀전이다.

우즈는 첫 라운드에서 언더파(71타)를 쳤으나 2, 3라운드에선 오버파를 쳐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오거스타의 심한 내리막 오르막길, 올해 유난히 차가운 기온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복귀라고 볼 수 있다. 우즈는 매 라운드가 끝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성적이 최고는 아니지만 염려했던 것 보다 몸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건과 우즈의 인연도 있다. 우즈는 굳이 복귀하지 않아도 됐는데 다시 골프클럽을 들었다. 호건의 자동차사고 복귀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벤 호건이 복귀 후 처음 출전한 대회가 LA오픈이다. 우즈는 LA 출신이고 LA오픈 대회 기간 중 사고가 났다. LA오픈은 현재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우즈가 호스트다.

호건의 복귀전 LA 오픈에서 우승한 샘 스니드는 우즈와 함께 PGA 투어 최다승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선수다.

복귀전인 마스터스에서 힘겨운 경기를 펼친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복귀전인 마스터스에서 힘겨운 경기를 펼친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호건은 복귀전 우승에 실패했지만 50년 US오픈을 시작으로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등 메이저 6승을 더했다.

우즈도 복귀전 우승은 어렵게 됐지만 호건처럼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우즈가 한 번만 더 우승하면 샘 스니드를 넘어 최다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오거스타의 아멘코너 12번 홀에는 '호건의 다리'가 있다. 우즈는 이 다리를 건넜다. 우즈가 교통 사고 후 호건처럼 한다면 메이저 최다승도 가능하다.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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