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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집값.가계대출..빨간불. 윤석열 정부 공약이행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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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50조 추경’과 ‘부동산세제·대출규제 완화’ 등 대표 공약들이 이행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대선 이후 한달만에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에 따라 대내외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10여년 만에 4%대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물가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중에 풀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덧붙여 국채 시장에서 금리텐트럼(금리발작)이 일어날 경우 대출금리가 폭등할 수도 있다. 부동산규제완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도 부담이다. 대출규제로 간신히 잡은 고삐가 풀릴 경우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불안해질 수 있다.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이 윤석열 정부의 3대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물가, 10년 만에 4%대 진입하나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5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3월)는 2011년 12월(4.2%) 이후 10여년 만에 4%대 진입이 확실시 되고 있다. 전달(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후반의 고물가 흐름을 보였는데, 3월 동향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도 본격 반영된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3월 물가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1달러로, 2월 대비 20% 상승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선물가격(t당)은 지난해 말(283달러) 대비 33% 오른 377달러(3월30일 기준)에 거래됐다. 이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후에 거래가 이뤄지는 선물가격으로, 하반기에 빵과 라면 등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먹거리 물가가 크게 뛸 전망이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곡물가격은 3~7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단가와 외식과 가공식품 등 물가에 전이된다”며 “하반기엔 빵과 라면 등 밥상물가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제과는 지난 1일부터 과자, 초콜릿, 빙과류 등 일부 제품 가격을, 농심도 이달부터 새우깡과 꿀꽈배기 등 주요 스낵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때문에 윤 당선인의 ‘50조 추경’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물가 상승률이 4%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인수위 일각에서는 지난 2월 1차 추경의 16조9000억원 규모를 제외한 35조 원 규모를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규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소상공인에게 50조원을 지원했다는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공약을 불이행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게 인수위의 고민이다.


■‘규제 완화 기대’ 강남 등 집값 하락→상승

하락 안정세로 돌아섰던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이 높은 강남지역과 1기 신도시(일산 동구·서구)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로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던 공약이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3월 넷째주(28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자료를 보면 전국 기준 매매가격은 지난주(-0.01%)하락에서 보합(0.00%)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값 급등을 집중 비판해온 야당으로서는 집권 이후 아파트값 연쇄 폭등이 일어날 경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인수위는 “재건축 관련 규제 등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인수위가 내놓은 대책은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일시유예’와 ‘다주택자 보유세 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구축은 재건축 기대감이 실리면서 집주인들이 오히려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완화해준다고 하면 재건축은 갖고 있는 게 더 이득이란 계산을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하려면 보유세는 현행체제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인수위 방향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에게 진입로를 만들어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완화, 가계 부담·부실 위험 ↑

윤 당선인이 공약한 대출규제 완화는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에 카드대출을 합한 가계빚 총액)은 1862조원으로 1년전보다 7.8%인 134조원이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두번째로 큰 증가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가계빚을 대표적인 리스크로 꼽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 결과 최근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부가 부동산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주요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잔액을 확대시키면서 대출확대 모드로 돌아섰다.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의 총부채상환비율(LTV) 상한을 80%로 올리고, 최초 구매가 아닌 경우엔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와 함께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년만에 최고 6%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시중금리 인상은 앞으로 더 가파를 예정이다. 인수위 최지현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통의동 사무실 정례 브리핑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와 관련,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중저소득자는 사실상 대출확대 효과가 없어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안광호·최희진·류인하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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