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아내 메러디스 셰플러와 기뻐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
"늘 내 꿈을 잊지 않았다. 골프와 경쟁을 좋아하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대 에이스로 우뚝 선 스코티 셰플러(25·미국)는 단 한 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매치플레이 챔피언이 된 순간 아내를 얼싸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시즌 3승이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순간 그의 오랜 꿈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이날 오전에 열린 준결승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제압한 셰플러는 결승전에서도 케빈 키스너(미국)를 상대로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15번홀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다.
우승상금은 25억7000만원. 하지만 더 큰 선물이 셰플러를 기다렸다. 일단 25세9개월6일의 나이인 셰플러는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15년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로 당시 25세11개월29일이었다. 또 최근 43일간 5개 대회에서 무려 3승을 쓸어 담은 셰플러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세계 랭킹 15위 때 첫 우승을 차지해 10위로 올라선 셰플러는 두 번째 우승으로 5위로 도약한 뒤 세 번째 우승으로 마침내 36주간 세계 1위에 군림한 욘 람(스페인)을 밀어내고 '골프 왕좌'에 앉았다. 1986년 세계 랭킹이 시작된 이래 역대 6번째로 어린 나이에 오른 세계 1위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애 첫 우승을 이룬 시즌에 메이저 대회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도 세계 1위가 된 건 셰플러가 사상 처음이다. 또 톰 리먼, 데이비드 듀발, 제이슨 데이, 저스틴 토머스에 이어 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 졸업생으로 세계 1위에 오른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생애 첫 우승에 이어 무섭게 통산 3승까지 올라선 셰플러는 '3승'으로만 무려 573만6000달러(약 70억원)를 챙겼고 올 시즌 3승을 제외하고도 준우승을 두 차례나 하는 등 톱10에 이름을 7차례 올려 이 부문 1위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활약에 시즌 상금이 739만8014달러(약 90억7000만원)로 1위고, 페덱스컵 포인트에서도 2170점을 쌓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가장 기쁜 우승의 순간. 하지만 셰플러는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순간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 셰플러는 2018년 열린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스쿨에서 마지막 18번홀 기적 같은 숏게임으로 40위에 올라 간신히 콘페리투어 출전권을 받는 데 성공했다. "잊을 수 없는 최악과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돌아본 셰플러는 이후 2019년 콘페리투어에서 1위에 오르며 당당하게 PGA 투어에 진출했고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딱 하나, 우승이 없었다. 기다렸던 트로피는 올해 한꺼번에 쏟아졌다. 올 시즌 '3승' 고지를 밟은 선수는 셰플러가 유일하다.
셰플러의 골프 입문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그는 수영과 골프를 하는 세 명의 누나를 돌보느라 셰플러를 돌보지 못한 부모님이 여덟 살의 그를 골프 스쿨에 가입시키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부모님은 골프 클럽 가입을 위해 돈을 빌리면서도 절대 내색하지 않았고 셰플러는 코치 랜디 스미스를 만나 프로골퍼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190㎝가 넘는 큰 키의 셰플러는 라크로스, 농구, 야구, 풋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한 뒤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는 골프에 집중했다. 셰플러는 "골프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까지라도 플레이하고 싶은 단 하나의 운동"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결승에서 한 홀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한 키스너는 "오늘 셰플러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아쉬워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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