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째 용산에서 뭐해? 지금 퇴근하는데 볼래?”
저녁 8시쯤 회사를 나선 홍모(26)씨는 위치추적 앱을 보고 친구 A씨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것을 알았다. 홍씨가 만남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번개’가 이뤄졌다. 홍씨와 A씨가 같이 있는 걸 알게 된 또 다른 친구 B씨는 두 사람이 있는 술집에 ‘깜짝’ 방문했다. 그러나, B씨가 오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은 앱을 통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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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이에서 위치추적 기반 서비스가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위치추적 기반 앱 ‘젠리(Zenly)’가 대표적이다. ‘친구’를 맺으면 서로의 위치·체류 시간·이동 속도·휴대폰 배터리 상태를 볼 수 있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감추고 싶으면 위치를 숨기거나 고정시킬 수 있다. 2015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젠리’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5000만회를 기록했다.
저녁 8시쯤 회사를 나선 홍모(26)씨는 위치추적 앱을 보고 친구 A씨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것을 알았다. 홍씨가 만남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번개’가 이뤄졌다. 홍씨와 A씨가 같이 있는 걸 알게 된 또 다른 친구 B씨는 두 사람이 있는 술집에 ‘깜짝’ 방문했다. 그러나, B씨가 오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은 앱을 통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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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야?” “뭐 해?” 질문 사라져
위치 추적 기반 앱 '젠리'에서는 친구들의 위치와 이동 속도, 체류 시간, 배터리 충전량 등을 볼 수 있다. [젠리 챕처] |
MZ세대 사이에서 위치추적 기반 서비스가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위치추적 기반 앱 ‘젠리(Zenly)’가 대표적이다. ‘친구’를 맺으면 서로의 위치·체류 시간·이동 속도·휴대폰 배터리 상태를 볼 수 있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감추고 싶으면 위치를 숨기거나 고정시킬 수 있다. 2015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젠리’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5000만회를 기록했다.
설모(24)씨는 18명의 친구와 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공유한다. 그는 “‘학교에 가는구나’, ‘알바를 가는구나’ 하고 친구의 일상을 따라갈 수 있는 게 재밌다”며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근처에 친구가 있으면 즉석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홍모(26)씨가 친구와 위치 추적 기반 앱 '젠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 [홍씨 제공] |
십년지기 친구 6명과 함께 앱을 쓰는 오모(27)씨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친구들이 많아 깔았는데 친구들과 늘 붙어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설씨는 “밤늦게 헤어졌을 때 친구가 탄 택시가 잘 가고 있는지, 집에는 잘 도착했는지 볼 수 있는 것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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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친구간이라지만 ‘위치 추적’을 한다는 데는 거부감과 불편도 따른다. 박모(26)씨는 “아무리 ‘인싸’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거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모임이 있을 수 있는데 다 보여줘야 하는 게 부담”이라며 “친구들을 따라 쓰긴 쓰지만 친밀하다는 이유로 프라이버시가 너무 침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의 친밀도에 따라 ‘친구 신청을 받아주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위치까지 노출하기에는 애매한’ 상황 등이 빚어져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위치추적 기반 앱을 사용하면 친구들과 즉석 만남이 쉽게 이뤄질 수 있어 좋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홍씨 제공] |
심모(29)씨는 “한 친구는 앱을 보고 있다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남성 친구 때문에 무서워했다. 악용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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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구속’ 사이
위치추적 앱은 스마트폰이 한창 보급되던 2010년부터 개발돼 왔다. 2010년 10월 출시된 위치 추적 앱 ‘오빠 믿지’는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연인 간 불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악마의 앱’으로 불렸다. 당시 개발업체 대표는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가 뒤늦게 사업자 신고를 했다.
'오빠믿지' 앱은 2010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등장해 인기를 끌었지만 연인 간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어 '악마의 앱'으로 불렸다. [오빠믿지 앱 캡처] |
이후 어린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겨냥해 ‘잼(ZEM)’, ‘아이쉐어링’, ‘패밀리링크’ 등 다양한 위치추적 앱이 등장했다.
이용자 간 서로 대등한 관계가 아닐 경우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3인데 엄마가 위치추적 앱을 깔라고 하신다”며 “꿀릴 것 없고 숨기는 것 없지만, 너무 싫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고2인데도 엄마가 젠리 앱을 설치하라고 한다” “예전에도 핑계를 대고 지웠는데 싫다는 감정부터 든다”는 글도 있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남자친구가 위치추적 어플을 깔자고 하는데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인이 깔자고 하는데 소름 돋는다. 굳이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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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유사한 정보 공유. 주의 필요”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발달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QR코드 등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며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것도 이러한 앱이 유행한 요인”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한 방법이겠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GPS기반의 놀이를 많이 한다. 온·오프라인이 섞여 있는 환경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위치추적 어플은 메타버스와도 유사하다”며 “다만 온라인상에서의 정보 공유는 청소년 대상으로 스토킹·그루밍 범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변의 교육과 함께 이용자들 본인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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