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 톰과 제리?…북마케도니아에 일격 당한 이탈리아 ‘참사’

[경향신문]

‘이건 아니잖아…’ 머리 감싸쥔 이탈리아 대표팀 주앙 페드로(오른쪽) 등 이탈리아 축구대표선수들이 25일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C조 북마케도니아전에서 득점에 실패한 뒤 괴로워하고 있다. 팔레르모 | AP연합뉴스

후반 추가시간 실점…0 대 1 패배
유로 2020 전승 우승 → 충격 탈락
외신 “단테 희극, 비극으로 끝났다”
만화 삽화 패러디 등 조롱 잇따라

“지난 16년은 순전히 비극투성이다. 7개 연옥을 지나면서 가까스로 연명한 아주리의 신곡은 저주로 끝났다.”

브라질 못지않게 축구를 종교로 여기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2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좌절된 것을 비판한 언론 보도다.

이탈리아(국제축구연맹 랭킹 6위)는 25일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PO) C조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얻어맞고 북마케도니아(FIFA랭킹 67위)에 0-1로 패했다. 2차전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뛰지 못하게 됐다. 이탈리아 축구 사상 2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5회)에 이어 독일과 함께 최다 우승횟수(4회)에 빛나는 이탈리아로서는 엄청난 충격이다.

이탈리아는 러시아 월드컵 탈락 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하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10전 전승으로 53년 만에 우승하면서 최강팀으로 거듭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C조 2위에 그쳐 직행티켓 확보에 실패한 뒤 벼랑 끝 PO에서도 약체에 패하고 말았다.

만치니 감독은 “종종 믿기 어려운 일이 생기는 게 축구”라면서도 “지금 너무 충격이라 미래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이탈리아 축구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는 모양”이라는 문구로 이탈리아가 탈락한 충격을 전했다.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잇달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참사 서막을 예고했다. 마르카는 “단테가 쓴 신곡(神曲) 코미디가 비극으로 끝났다”며 이탈리아를 비꼬았다. 이탈리아 출신 단테(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신곡은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비유로 현실을 에둘러 비판했다. 신곡은 ‘비극’이 아닌 ‘코미디’, 즉 ‘희극’ 장르로 쓰여졌다. 원래 제목도 ‘LA COMMEDIA DI DANTE ALIGHIERI’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희극)’다.

축구매체 트롤풋볼이 북마케도니아에 패한 이탈리아를 생쥐를 얕보다가 호되게 당한 고양이 톰에 비유해 그린 삽화. 트롤풋볼 홈페이지

축구 전문 언론 골닷컴은 유로2020 우승컵이 담긴 가방을 짊어진 채 카타르행 비행기 취소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선수 뒷모습을 삽화로 그렸다.

축구매체 트롤풋볼은 톰과 제리 만화를 빚대 생쥐 제리(북마케도니아)를 우습게 본 고양이 톰(이탈리아)이 호되게 당한 뒤 목발을 집고 걸어가는 그림으로 이탈리아를 놀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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