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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뒤덮은 태극기·성조기 물결…박근혜 지지자들 "죄없는 대통령"

머니투데이 대구=김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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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구=김도균 기자]
24일 오후 12시3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들어간 직후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4일 오후 12시3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들어간 직후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태극기가 24일 대구 달성군을 수놓았다. 서울 삼성병원을 퇴원해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로 돌아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영하기 모인 인파들이었다.

오전 9시쯤만 해도 100명 남짓했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인 오후 12시쯤에는 3000명 넘게까지(대구 경찰측 추산) 불어났다.

우리공화당이 사저 인근에 미리 설치해놓은 유세차에선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영상과 함께 "오 마이 레이디(Oh my lady) (중략) 당신은 온세상에 향기를 뿜어줄 사람"이라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환영식을 준비하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가슴이 먹먹하다. 그동안 5년간 잘 버텨주셔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모인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초록색·흰색 풍선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의 귀환을 환영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이날 태극기, 성조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함께 들고 이 자리를 찾았다. A씨는 "예전에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었다"며 "무사히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을 보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11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하기 전.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4일 오전 11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하기 전.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A씨처럼 과거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이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70대 부부 B씨(여)와 C씨(남)도 과거 서울에서 열렸던 탄핵 무효집회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B씨는 "감옥과 병원에 있다 오셨는데 마음이 짠하다"고 밝혔다.


일부 지지자들은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울먹이기도 했다. 본인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대구본부장이라고 소개한 전모씨(69)는 "'박근혜 대통령'이 살아돌아오시지 못할 줄 알았는데 살아돌아오신 것이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이어 "우리 대통령이 사면됐지만 앞으로는 경호나 연금 같은 것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받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탄핵돼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상실했다.

이날 오후 12시15분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사저 인근에 도착하자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이 가운데 한 남성은 '호산나!'를 수 차례 부르짖었다. 어떤 의미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남성은 "국가와 우리를 구원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호산나(Hosanna)는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옵소서"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로 기도문으로 쓰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사저에 들어가기 전에 취재진과 지지자들 앞에서 약 7분간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발언이 시작된 직후 군중 속에서 초록색 유리병이 날아들어와 경호원이 막아서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달성군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년이란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면서도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주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며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준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대구 달성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돼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달성에서만 4선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5선을 기록한 후 같은 해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한 유영하 변호사는 "지금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 없다"며 "퇴원은 하셨지만 건강이 100% 회복돼 퇴원한 것이 아니고 의료진들이 통원치료가 가능할 정도라고 해서 퇴원한 것이라 당분간은 건강회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도 이 자리에서 그 말(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나중 여쭤보고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신지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12시 25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가자 지지자가 손을 흔들며 울부짖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4일 오후 12시 25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가자 지지자가 손을 흔들며 울부짖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취재진이 촬영을 위해 설치해놓은 무릎 높이 사다리 위에 오른 한 여성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고생하셨습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사저로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사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은 결백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최모씨(60)는 "죄가 없는 대통령이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다 돌아오는 날이라 안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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