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미국 법정에 출석한 안나 소로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그는 추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는 미디어의 추측을 믿지 않는 듯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기 혐의로 복역한 후 한 달 만에 비자 체류기간 초과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뒤 추방 위기에 놓인 러시아계 독일인 안나 소로킨(31)을 이렇게 평했다. 그는 독일계 백만장자의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와 엘리트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가짜 상속녀'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 소로킨은 뉴욕에 남기 위해 추방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작성하고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날 NYT와 뉴욕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소로킨이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편으로 추방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항공기에 탑승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소로킨 측이 같은 날 독일 송환을 피하기 위한 긴급 체류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추방이 집행되지 못한 것이다. 소로킨의 변호사인 오드리 토머스는 "잠깐의 유예를 얻은 것"이라며 "체류 요청에 대한 심리는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로킨은 기존에 구금돼 있던 뉴욕주 고션의 오렌지카운티 교정시설에 한동안 머물 것으로 보인다. NYT는 ICE 관계자를 인용해 소로킨이 여전히 구금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외곽에서 트럭 운전사의 딸로 태어난 그는 15세 때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파리에서 패션 잡지 '퍼플'의 인턴을 거쳐 2014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소로킨은 자신을 6000만달러(약 747억원)의 재산을 가진 독일 상속녀 '아나 델비'라고 사칭하면서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뉴욕 상류층과 은행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소로킨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은 채 구찌와 입생로랑이 디자인한 명품 옷을 입고, 맨해튼의 고급 호텔을 번갈아가면서 투숙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뉴욕 패션·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개인 전용기에 탑승하기도 했으며 은행을 상대로 수만 달러를 빌리기도 했다. NYT는 그의 사기 행각에 대해 "뉴욕이 꿈의 도시라면, 안나 소로킨은 많은 꿈들을 갖고 있었다"고 평했다.
2015년 소로킨의 사기 행각은 한층 대담해진다. 맨해튼에 프라이빗 멤버 전용 아트클럽 '아나델비재단'을 설립한다는 이유로 관련 서류를 위조해 금융사로부터 2200만달러(약 274억원)의 대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동시에 소로킨은 세계무역센터의 환승센터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아들과 친분을 쌓고, 재단 건물을 디자인하는 데 그의 동의를 받아내기도 했다.
소로킨의 가짜 상속녀 행세는 2017년 말 끝났다. 총 200달러의 호텔 밥값을 지불하지 못한 혐의 등으로 수사당국에 체포되면서다. 뉴욕 검찰은 소로킨의 사기 범죄 피해액이 총 27만5000달러(약 3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로킨은 결국 2019년 5월 뉴욕주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절도·사기미수 혐의로 최소 4년,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 모범수로 인정받은 그는 2021년 2월 출소했으나, 한 달여 만에 비자 체류기간 초과로 ICE에 붙잡혀 1년간 구금됐다.
실제 사기 사건에 바탕을 둔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
소로킨의 화려한 사기 행각은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로 제작됐다. 지난달 방영된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치고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로킨은 넷플릭스로부터 35만달러(약 4억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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