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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4년째 양승태 1심…“새 정부서 대법관 변화 바라는 지연전략”

한겨레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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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196차, 임종헌 126차 공판

1심 햇수로 4년째…선고 기약없어

‘실무자’들은 이미 대법 선고단계

일부 법관 “지연 전략…부끄럽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이 시작된 지 꼬박 3년이 지났다. 햇수로는 4년째다. 사건 몸통으로 지목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아직 1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관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 기존 공판 녹취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듣거나,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이 늘어진 탓이다. 정작 두 사람 지시를 받은 실무자들은 1·2심을 모두 마치고 대법원 선고만 남은 상황이다. 자칫 실무자에게 적용된 대법원 법리가 양승태·임종헌 두 핵심 피고인의 1심 판단을 제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빗대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이 사건 재판은 2019년 3월11일 임종헌 전 차장 1차 공판을 시작으로 여러 재판부에서 동시다발 진행됐다. 임 전 차장 재판은 13일 현재 126차 공판을 마친 상태다. 2019년 5월29일 첫 공판을 시작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무려 196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그런데도 두 재판 모두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지난해 재판부가 바뀌자 ‘주요 증인 증언녹취를 새 재판부가 다시 들어봐야 한다’며 형사소송규칙(공판절차 갱신)의 엄밀한 적용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재판부는 5개월 동안 기존 재판부가 청취한 증인 11명의 녹취를 다시 들어야 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지난 11일 바뀐 재판부에 “핵심증인 33명의 증인신문 녹취를 법정에서 다시 듣자”고 요구했고, 이에 검찰이 “2년이 걸릴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바뀌기 전 재판부에 대해서도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반년 넘게 정지되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지연 전략”이라고 비판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끝난 뒤 새 정부에서 대법관 구성이 바뀔 때까지 최대한 재판진행을 늘여보려는 소송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항소심 단계에서는 재판을 지연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1심에서 최대한 재판을 끌어보려는 것 같다. 대법관 지형이 바뀌어 유리한 판단을 받아보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 5년간 대법관 14명 중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라, 대법관 구성이 보다 보수화하길 기다린다는 해석이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고위법관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구들이다. 피고인들 또한 법관 시절 이런 식의 재판진행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이 흐릿해질 거란 생각인 것 같은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1심이 과도하게 지연되면서 자칫 사법농단 실무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몸통’들의 하급심 판단을 제한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1월 항소심에서 감형된 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은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장 등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으니 남용할 권한도 없다’는 논리다. 만약 이러한 논리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하급심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 판사는 “대법원에서도 ‘재판에 끼어들 권리’가 존재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이는 양승태·임종헌 사건 재판에도 분명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과연 대법원 차원에서 ‘재판개입 권한이 없었으니 무죄’라는 선언을 당당히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양승태·임종헌의 핵심 혐의는 이민걸·이규진 사건과 관련 없는 강제동원 사건 재판거래 등이기 때문에 별개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권한없어 남용없다”는 2심…대법 판단까지 하세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680.html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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