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유령도시’ 이르핀과 ‘점령지’ 헤르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개전 직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함락시켜 전쟁을 빠르게 끝낸다는 계획이 무산된 러시아군이 도시파괴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키이우로 진입하는 북서쪽 길목에 위치한 이르핀은 민간인 보호를 위한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헤르손을 비롯한 러시아군 점령지에서는 러시아군과 주민들 간의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민간인 희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난길까지 공격받은 이르핀
‘유령도시’ 이르핀과 ‘점령지’ 헤르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개전 직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함락시켜 전쟁을 빠르게 끝낸다는 계획이 무산된 러시아군이 도시파괴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키이우로 진입하는 북서쪽 길목에 위치한 이르핀은 민간인 보호를 위한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헤르손을 비롯한 러시아군 점령지에서는 러시아군과 주민들 간의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민간인 희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난길까지 공격받은 이르핀
포격으로 폐허가 된 이르핀 /로이터연합뉴스. |
러시아군의 침공 13일째인 8일(현지시간) 키이우 북서쪽 25㎞ 지점에 위치한 이르핀에는 러시아의 포격이 이어졌다. 이르핀에서는 러시아군의 포위작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경찰은 “민간인 2000명의 대피를 완료했다. 남은 주민들은 거의 없다. 도시의 30% 가량을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르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대표단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도 포성과 시가전이 끊이지 않았다. 외신이 전해준 도시 사진에는 불에 탄 건물과 잔해들로 가득했다. 민간인 피해는 지난 6일 절정에 달했다. 이날 이르핀에서는 검문소를 상대로 박격포로 추정되는 포격이 이뤄져 민간인 8명이 숨졌다. 이들 중 2명은 어린이였다. 피난길에 오른 일가족이 박격포 공격으로 딸과 아들 어머니 등이 사망하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었다.올렉산드르 마르크쉰 이르핀 시장은 “러시아군이 100%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 도시, 주거지에 포격을 가하고 구급차에도 사격하고 있다”며 “그저 괴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격포 피격 순간에 대해 “내 눈앞에서 어린이 두 명이 죽었다. 그들은 나와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을 동강냈다”고 말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민가는 물론, 병원, 학교, 유치원 등을 타격하고 있다”며 “이는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수천명의 주민들이 닷새 넘게 물과 전기, 음식 등이 끊긴 상황에서 버티다 탈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민간인들의 피난길에도 포탄을 쏟아부었다. 마르크쉰 시장은 “대피 첫날부터 기차에 포격이 이뤄졌고 둘째날에는 철도가 폭파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수도 진격을 막기 위해 외부와 통하는 다리를 끊어버렸다. 민간인들은 현지경찰의 안내에 따라 끊어진 다리 아래에 널판지로 만든 임시 통로로 탈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군 나가라” 저항하는 헤르손
지난 3일 러시아군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시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영상 화면 갈무리. |
지난 3일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간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도시 헤르손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첫 번째 도시다. 러시아군은 이 곳을 점령한 후 아조프해 인근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토의 동남부를 에워싸며 키이우를 조여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등 남부의 주요 기반시설을 장악하고 키이우를 향해 사방에서 총공세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된 지난 5일 시청 앞 중앙광장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불렀으며 “우크라이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CNN방송은 한 할머니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조국을 구하라. 푸틴과 함께 러시아군 모두를 죽게 하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보도했다.
헤르손 인근 노바 카크호브카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러시아군을 향해 한 할머니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깃발을 다시 걸기 위해 시청 국기게양대로 올라가는 남성도 있었다. 현지 매체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허공에 총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와 가까운 칼란치크에서는 수백명이 시골길을 걸으며 러시아군을 향해 “우리 땅에서 나가라”고 외쳤다. 베르단스크에서 러시아 군용차량을 에워싸고 욕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촬영됐다.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저항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이 순탄치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CNN은 러시아군 점령지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러시아 지휘관들에게 불길한 신호”라고 전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군이 주민들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고스토멜에서는 유리 일리치 프립코 시장이 시민들에게 빵을 나눠주다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전했다.
■“러, 병력 100% 투입 총공세 준비 중”
피란, 저항, 교전은 우크라이나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키이우(키이우), 동북부 하르키우(하리코프), 수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도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고 있다. 키이우의 빵공장에 포격이 가해져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국지적인 정전을 유지하며 민간인 대피로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제시한 민간인들이 포위된 도시들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 6개 가운데 4개의 목적지가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을 돕는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라는 점을 들어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인도주의 통로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작동했느냐”며 “러시아의 탱크, 다연장 로켓포, 지뢰가 그 자리에서 작동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에 포위 당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채택된 도로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깔았으며,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지역에서 대피하는 민간인이 탑승할 예정이던 버스 여러 대를 파괴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은 전선이 뒤로 밀리고 있다. 마리우폴은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내전 발발 뒤 러시아계 주민들을 탄압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나치주의자’로 지목한 아조프 민병대의 거점 도시여서 점령 후 잔혹학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북쪽에서 며칠째 정지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곧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준비해 둔 우크라이나 침공군이 100% 배치됐다고 보는 것이 “최선의 추정치”라는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은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국경 지역에 집결시켰던 병력 15만명이 거의 모두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총 625발 사용했다.
박은하·박용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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