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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저성장-고물가’ 심화 우려···“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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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대러 제재도 강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속 고물가’를 뜻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해질 경우 생산과 수출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 침체와 서민부담 가중이라는 악순환을 유발시킨다. 일각에선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가 3월을 기점으로 4%대 상승률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동안 나타난 적이 없다. 6일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108.84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수준(약 90달러)과 비교해 20% 가량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공급망 차질 등으로 상승세를 보여온 국제 곡물가격도 최근 급등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곡물 등 5개 품목의 가격 추이를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2014∼2016년 평균=1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4.1% 상승한 것으로, 1996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다. 지난달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다.

향후 물가 오름세도 가파를 전망이다. 지난달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물가가 급등하면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민간의 소비 문 아니라 기업의 생산활동까지도 크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올초 무역수지가 두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100~110달러를 넘어서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향후 3∼6개월 정도의 경기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1월)는 100.1로 0.1포인트 하락해 7개월 연속 하락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보고서에서 서방 세계의 대러 제재 등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경기가 하강하고, 원자재 수입이 증가하며 경상수지가 악화하면서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슬로플레이션 진입과 오미크론 대유행, 방역당국의 코로나 엔데믹(토착 질환)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 경기 침체 속 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도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방역 완화 확대 기조 아래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 편성 등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공급·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에 대응해 세심하게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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