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0억 클럽' 등 "검찰 대장동 로비 수사의 기초"라고 지목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이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데 더해 반박하는 증빙 자료까지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다. 녹취록을 근거로 추가 로비 수사는 물론 재판에서 공소유지까지 책임진 검찰로선 부담이 커졌다는 법조계의 분석이 나온다.
━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여드레 앞둔 1일까지도 대장동 개발 특혜를 둘러싼 녹취록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욱 변호사가 전한 유동규의 말"이라며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걱정하지 마라.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니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했다)"라는 2013년 4월 17일자 정영학 회계사·남욱 변호사 간 대화 녹취록 내용을 읽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2013년) 당시 '시장'이란 이재명 시장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도 없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시장 '천억만 만들어'"…민주당 "이익 환수 애썼다는 증언"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여드레 앞둔 1일까지도 대장동 개발 특혜를 둘러싼 녹취록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욱 변호사가 전한 유동규의 말"이라며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걱정하지 마라.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니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했다)"라는 2013년 4월 17일자 정영학 회계사·남욱 변호사 간 대화 녹취록 내용을 읽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2013년) 당시 '시장'이란 이재명 시장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제3자로부터 들은 대화 내용을 주고받은 것이 무슨 대단한 의혹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녹취록은) 오히려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의 개발이익을 공공 환수하기 위해 애썼음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라고 반박했다.
━
발언자 김만배 "대부분 허위"…'그분' 의혹 대법관은 반박 자료 공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의 주요 발언자인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연합뉴스 |
전체 150개 파일 분량이라는 대장동 녹취록의 일부분을 근거로 연일 여야 대선 후보 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반대로 신빙성을 공격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녹취록의 주요 발화자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검찰 수사에서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사실을 포함했고, 녹취록에 근거한 각종 로비 의혹은 대부분 허위"라는 취지로 대응하며 녹취록 내용을 부정한 게 그 시작이었다.
녹취록을 통해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인사들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표적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씨는 주변인들에게 "양승태 대법원장님은 되게 좋으신 분이야. 나한테도 (손을) 꼭 잡으면서 '내가 우리 김 부장 잘 아는데, 위험하지 않게 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김만배의 녹취록 기재는 완전 허위"라며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지만 별 시답지 않은 사기꾼의 거짓말 하나를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보일 염려도 있어 참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재연 대법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4층에서 녹취록 '그분'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진영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여당 A의원 보좌관 등 돈을 전달받았다는 인사들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녹취록 신빙성을 반박했다. 무엇보다 녹취록에 '그분'으로 거명된 조재연 대법관은 지난달 23일 현직 대법관 최초로 기자회견을 열어 "김만배는 물론 대장동 그 누구와도 일면식·일통화도 없었다"고 해명까지 했다. 이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가족의 주민등록 등·초본과 부동산 등기부 등본, 아파트 관리비 납부내역까지 세세히 공개했다.
━
'수사의 기초가 녹취록'이라는 檢 추가 로비 수사는 미궁에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저해될수록 검찰의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 역시 미궁에 빠지게 된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수사 초기부터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700억원의 뇌물 공여를 약속했고 이 중 5억원의 뇌물은 실제로 지급한 걸로 보는 등 정영학 녹취록을 주요 수사 근거로 활용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에 출석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뉴시스 |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녹취록이 수사의 근거라는 점을 확인했다. 박 장관은 법사위원들 질의에 "(대장동) 특혜 부분과 로비 부분은 균형 있게 이 녹취록에 기초해서 그동안 사법 처리가 돼왔다"든지 "공소장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수사의 기초가 대장동 녹취록", "수사의 단초가 녹취록"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애당초 녹취록을 근거 삼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결국 "150개가 넘는" 파일 속 방대한 내용을 하나하나 증명해냄으로써 대장동 로비 수사의 정당성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른바 '50억 클럽'에 속한 걸로 알려진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등에 대한 수사가 그 예다.
검찰과 경찰이 녹취록에서 ‘50억 클럽’으로 거명된 이들 7~8명 가운데 재판에 넘긴 사람은 5개월동안 곽 전 의원과 최윤길 전 성남시 의장 두 사람뿐이다. 곽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곽상도 전 의원. 연합뉴스 |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녹취록 속 특정인이 그 내용을 반박하는 알리바이가 증명될만한 단서를 일부 제시했다고 해도, 애당초 녹취록을 근거로 이뤄진 수사 방향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다"며 "수사팀은 녹취록을 전부 열어놓고 관련자들을 엮을 수 있는 자료를 하나하나씩 대조해보면서 그 진위를 증명해내는 퍼즐 맞추기식 수사를 이어나갈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