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왼쪽부터), 스가 전 총리,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재 |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입지가 약화하는 와중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는 등 일본 정계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영수인 파벌의 2인자(회장대리) 사토 쓰토무(佐藤勉) 전 당 총무회장이 파벌 탈퇴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지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아소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파벌(자민당 국회의원 372명 중 94명 소속)에 이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당 간사장(전 외무상) 파벌과 함께 공동 2위 파벌(53명)이다. 4, 5위는 기시다 총리 파벌(45명),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당 간사장 파벌(43명)이다.
사토 전 총무회장이 탈퇴하면 아소파는 3위 파벌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자민당 역학관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토 전 총무회장은 8일 파벌 보스인 아소 부총재에 앞서 무파벌 스가 전 총리에게 파벌 탈퇴 계획을 전달했다. 스가 전 총리는 사토 전 총무회장 뜻을 말리지도, 부추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1996년 중의원(하원) 의원 초선 당선 동기인 스가 전 총리와 사토 전 총무회장은 서로 이름을 부르는 막역한 관계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모두 고노 다로(河野太郞) 현 당 홍보본부장(전 외무상)을 지원했다.
현재 일본 정계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사토 전 총무회장의 탈번(脫藩:영지인 번 이탈)이 ‘스가파’ 결성으로 이어지느냐다. 무파벌 중 친스가 성향, 사토 전 총무회장 등 아소파 이탈자에 더해 기시다 총리와 불편한 관계인 니카이파가 합류하면 스가파는 소속 의원 70명대의 제2 파벌이 된다.
일각에서는 스가 전 총리의 재등판이나 킹메이커 역할도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의 당 총재 임기가 2024년 9월까지라는 점에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는 이상 성급한 전망이지만 그만큼 스가 전 총리의 주가가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 총재 재선 출마도 못 해보고 물러났던 스가 전 총리가 재조명받는 배경에는 기시다 정권의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있다. 6차 유행의 출구를 모색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저 수준인 14.4%에 불과한 백신 3차 접종률은 정부 불신을 키우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20일 보도한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7%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0월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은 4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7%에 불과하고, 부정적 평가는 51%에 달했다. 백신 접종 속도에 대해서는 63%가 늦다고 답했다.
고노 다로 당 홍보본부장. EPA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스가 정권의 강력한 백신 접종 드라이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담당 장관으로 백신접종을 진두지휘했던 고노 홍보본부장이 다시 대외 행보를 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베 전 총리도 스가 전 총리와 연일 회담하면서 당 총재 선거로 발생했던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스가 전 총리는 내심 출마를 희망했으나 아베 전 총리가 지지 확답을 주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스가 연대는 기시다 총리가 영수인 굉지회(宏池會)를 한 뿌리로 두고 있는 아소파·기시다파 등이 손잡고 대굉지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