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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BTS의 노랫말이 청춘들의 詩였네

동아일보 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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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나태주 글·지연리 그림/344쪽·1만7000원·열림원
이호재 기자

이호재 기자

“나는 처음 그들의 노래 역시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정작 가사 내용은 안 그런 거야. 오늘날 ‘미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과 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야….”

시인 나태주는 방탄소년단(BTS) 노랫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BTS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은 건 청춘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들의 노래를 통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젊은이들의 생각과 꿈을 이해할 수 있게 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에게 위기를 체험하게 하고 그 위기로부터 탈출하고 해방되는 기쁨을 함께 선사한다”고 했다.

이 책은 BTS 노래 가사에 나태주의 산문을 더한 에세이다. 나태주는 자신이 감명을 받은 35편의 BTS 노랫말을 읽어 내려간다. 가사 안에 살아 숨쉬는 메시지를 찾고 이에 대해 느낀 바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누군가는 이 책을 BTS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시도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으로서 모든 것을 이룬 그가 굳이 BTS를 좋아하는 척할 필요가 있을까. 나태주는 자신의 시처럼 BTS의 노랫말에 담긴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시 ‘풀꽃’ 중)

“나는/저 하늘을 높이 날고 있어/이젠 여긴 너무 높아/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BTS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중)

나태주는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 자신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소년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사랑에 빠진 소년의 고백이 담긴 가사를 읽다 보면 하늘에 붕 뜨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 표현하는 이 음악이 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나태주는 “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BTS 곡 ‘선물’ 중)를 듣고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BTS 곡 ‘Answer: Love Myself’ 중)의 주제의식은 자신의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BTS의 가사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강조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느새 ‘요즘 시’가 청춘에게서 멀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청춘들은 시는 읽지 않는데 BTS 노래에는 열광할까. 어쩌면 우리에게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일러준 나태주의 시와 달리 요즘 시는 거대 담론이나 문학적 실험에 치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게는 시보다 BTS의 가사가 더 시처럼 느껴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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