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대표 |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7년 경기도에서 개인치과를 운영하다 ‘임플란트’ 분야를 개척해 창업에 성공했다. 회사도 최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임플란트 시장을 개척한 성공한 중견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최 회장과 회사 모두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번 오스템임플란트(048260) 횡령 사건에서 최 회장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회사는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데다, 과거 최 회장의 횡령혐의로 주식 거래가 중지됐던 사실이 다시금 회자되면서 회사 존립까지 우려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 이모씨(45)가 1880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해 회사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씨를 서울 강서경찰서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가 5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은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6057만9444원의 91.81%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같은 횡령규모는 상장사 역대 최대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 8년전에도 횡령 거래 정지…대주주 최규옥 회장 책임론 커져
오스템임플란트는 8년 전에도 횡령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최 회장의 횡령혐의로 거래중지된 것이다.
최 회장은 치과의사들에게 수십억원대 뒷돈을 제공한 리베이트 혐의와 함께 중고 치과의료기기를 새 것인 것처럼 재포장해 판매하면서 취한 이득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횡령액은 9000만원, 배임액은 97억원으로 확인됐다. 그는 회사의 지분 20.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에는 근무하던 재무팀 직원 이모씨가 1880억원을 횡령하면서 회사는 또다시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 지난 2018년 오스템임플란트에 입사한 이씨는 자신의 비리 행각이 들통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횡령 사실은 상급자가 자금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자금 담당 직원의 단독 행동으로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저지른 범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의 가족들은 그가 체포되기 전 주변에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횡령한 돈이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 복수의 계좌를 파악하고 추적 중인데 수사 결과에 따라 공범 여부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범이 있을 것이며, 매우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회계 이슈도 몇차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8년 실적 발표 때 회사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1186억원)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3억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영업이익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어닝 쇼크’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당시 “해외법인이 대손충당금을 새로 인식하는 등 일회성 비용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스템임플란트는 2019년 2분기에도 같은 이유로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매출(1409억원)은 1년 전보다 25%나 늘었지만, 영업이익(77억원)은 겨우 5.6% 증가에 그쳤다. 시장 컨센서스보다 39% 적은 수치였다.
증권가에선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는 매출채권과 해외법인 재고 인식, 반품에 대한 충당금 반영 등을 둘러싼 회계 문제가 지속 반복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책임론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다만 그는 법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상태다. 2019년 6월 최규옥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미등기임원 위치에 있다. 그는 책임은 없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막대한 보수를 받았다. 최 회장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받은 보수는 총 14억원이 넘는다.
경찰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를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상장 폐지 우려에 발 동동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이다. 결국 법무법인 한누리가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에 동참할 주주 모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수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피해 복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수해 거래를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주가 하락 등으로 주주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주영 한누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내부 회계시스템이 불투명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회사가 횡령액을 상당 부분 회복해도 이번 사건은 주가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횡령을 넘어 회계 부정 혹은 부실 공시까지 가느냐가 문제인데,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상 재무제표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보고서에 대해 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 기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2021년 9월 말까지)까지 이 회사의 누적 순이익은 74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횡령 사건은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지난해 11월 15일 이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횡령 금액은 해당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아 재무제표 수정이 어렵다. 3분기 재무제표에 횡령 금액이 영업 외 손실로 잡히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적자로 돌아선다. 이 경우 해당 기업과 감사인인 회계법인은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분식회계와 부실 감사 책임이 있다.
횡령액을 회수해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제출 전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적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허위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부실 회계 문제뿐 아니라 오는 3월까지 제출하는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거절’ 등 부적정으로 나오면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현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코스닥 20위권의 상장사가 자금관리 부실로 인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오스템임플란트 엄태관 대표이사는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한다”라며 “완벽한 재발방지대책과 확고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해 거래 재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분노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에 달한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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