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경제가 만난 박창현 대검찰청 컴퓨터·모바일포렌식 팀장의 이름 뒤에는 디지털포렌식 분야 최고 ‘베테랑’ 수사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검찰 수사관으로 20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BBK 특검과 론스타 사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포렌직 부분을 전담해왔다. 특히 포렌식 수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5년 법무부 장관 표창인 과학수사업무유공을 받기도 했다.
박 팀장이 검찰 수사관으로 첫발을 디딘 건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경으로 군 복무하면서 처음 수사기관을 접했고, 이는 박 팀장이 검찰 수사관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2002년 6월부터 1년 동안 컴퓨터 전문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포렌식 부문을 접하게 된다. 박 팀장은 “컴퓨터 전문 수사 과정은 동료들이 추천해주면서 듣게 됐다”며 “평소부터 관심이 많았던 컴퓨터 쪽을 활용해 수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포렌식 부문을 지원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팀장은 “코스닥시장 상장사 주가 조작 사건으로 압수 수색에 나갔는데, 관여 의혹을 받는 사채업자가 에어컨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며 “수상하다는 생각에 에어컨을 뜯어봤더니, 그 안에서 중요 증거인 장부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과정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한동안 압수수색에서 에어컨을 뜯어보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맞춰 포렌식 수사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렌식 수사 초창기만해도 수사관 한 두명이 수십명의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했다. 당시만해도 인권 수사 개념이 크지 않은 때라, 사건 관련 파일을 골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는 사생활 보호 등 차원에서 변호인 참관 하에 연관된 자료를 하나하나 추출해야 한다. 인력에 비해 일이 많아지면서 야근이 일상화된 이유다.
박 팀장은 “과거에 비해 시간이 몇 배를 더 걸리긴 하지만 인원 보호 추세에 맞춰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압수수색에 갔다가 종이 문서 없이 빈 박스로 나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디지털 증거물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국내외 사례와 판례, 진일보한 기술을 접목해 포렌식 수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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