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는 올림픽 3연패 도전을 위해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연마하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선수권에서 연기를 펼치는 하뉴. [신화=연합뉴스] |
“뛸 때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피겨킹’ 하뉴 유즈루(27·일본)가 쿼드러플 악셀(4바퀴 반 회전) 점프를 뛰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뉴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과제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뛰었다. 두 발로 착지하면서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로 점수가 매겨졌다.
하지만 이는 가장 쿼드러플 악셀에 가까운 점프라는 평가를 받았다. 캐나다 매체 CBC는 “하뉴가 사상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을 뛰어 제대로 착지하는 스케이터가 될 뻔했다”고 전했다.
하뉴는 “이번 연기를 보고 ‘하뉴, 쿼드러플 악셀을 엄청 잘 뛰잖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정도로 뛰게 된 것은 2주 정도 됐다. 그 전에는 회전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피겨 선수가 공중에 있는 시간은 1초가 되지 않는다. 4바퀴 반을 완벽하게 뛰기 위해서는 0.2초마다 한 번씩 회전해야 한다. 양팔을 가슴 쪽으로 오므려 몸을 최대한 일자로 만들어 돌아야 한다. 4바퀴 반을 뛰고 내려올 때는 체중의 7~8배 하중이 발에 쏠린 채 착지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다.
하뉴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훈련 중 넘어져 오른발 인대를 다쳤다. 이후 국제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꽤 컸다. 그는 “식도염에 걸려 열이 나는 등 지난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운동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쿼드러플 악셀 점프 훈련이 괴로웠다고 했다. 어렵고 고독했기 때문이다. 그는 “쿼드러플 악셀을 뛸 때마다 여러 번 아이스링크에 부딪힌다. 그때마다 뇌진탕으로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뛰지 못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하는 과정은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일본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날 점프 연습을 하는데 문득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다면 (쿼드러플 점프는) 이제 날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 됐다.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뉴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미 세계 최정상에 선 하뉴에게 쿼드러플 악셀이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필살기이기 때문이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기본점수는 12.5점으로 트리플 악셀(8.0)보다 훨씬 높다. 회전수 부족(10.0) 판정을 받아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뉴의 라이벌로 꼽히는 ‘점프 기계’ 네이선 첸(22·미국)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첸은 4회전 5종 점프를 실전 경기에서 모두 뛴 최초의 선수다. 첸은 첫 올림픽이었던 평창 대회에선 긴장한 탓에 실수를 연발하면서 5위에 그쳤다. 그 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수집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이후 국제 대회에서 하뉴를 네 차례나 꺾었다.
첸은 하뉴의 쿼드러플 악셀 시도를 보고 “오랜만에 하뉴의 스케이팅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그의 시도가 내 (올림픽 우승)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뉴는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총점 322.36점으로 우승하면서 베이징행 티켓을 땄다. 그가 남은 한 달 동안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완벽하게 뛴다면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3연패를 달성한 이는 단 한 명이다. 일리스 그라프스트룀(스웨덴)이 1920년 안트베르펜 올림픽, 1924년 샤모니 올림픽, 1928년 장크트모리츠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땄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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