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혜숙 회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박현주 기자 phj0325@ |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동물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10일 오후, 잠깐의 가랑비가 지나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후 1시가 다가오자 광장 사거리 인근에서 익숙한 듯 피켓을 펼쳐든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장은 "매년 12월10일은 '국제 동물권리의 날(International Animal Rights Day)'이다. 유엔에서 정한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이기도 하다"며 "인간처럼 동물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날"이라고 외쳤다.
이어 "중요한 것은, 동물이 인간처럼 이성을 가졌는가가 아닌,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라면서 "인간이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 것처럼, 동물들 또한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동물이 힘없고 나약한 존재라고 해서 동물을 함부로 억압하고 착취하고 죽여도 된다는 종(種)차별주의나 폭력적 사고방식은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이곳에서 시위를 진행한 지는 5년 이상이 됐다. 원래는 동물보호단체들이 한데 모여 행진, 캠페인 등을 벌였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위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이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는 1~3인 시위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는 보통 주 1회에서 필요에 따라 3회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곳을 자주 지나는 행인들에게 이 회장의 모습은 익숙하다. 지난해 말부터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고 있는 20대 박모씨는 "회사가 근처다보니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나오면 가끔 본다. 광화문이야 워낙 시위가 많다보니 모든 시위를 일일이 기억하진 못하는데 돼지가면이 눈에 띄어서 기억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모씨의 말처럼, 이 회장은 성명문을 낭독한 뒤 돼지가면을 쓰고 주먹을 쥔 채 구호를 외쳤다. "동물은 음식이, 실험용이, 모피용이, 그리고 전시용이 아닙니다! 동물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남성은 박수를 치며 "맞아, 맞아. 저건 솔직히 맞는 말이야"라며 호응했다. 다른 시민들도 돼지가면을 쓴 이 회장을 관심있게 쳐다보며 그 앞을 지나갔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장이 돼지 가면을 쓴 채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는 모습./박현주 기자 phj0325@ |
비가 내린 직후라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있었지만, 이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위에 누웠다. 몇년째 시위를 하다 보니 이 정도 비는 익숙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궂은 날씨에도 매주 시위에 나서 동물 보호를 외쳤다.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채식을 권하는 이 회장 자신 또한 30년 넘게 엄격한 비건(Vegan) 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에게 날씨보다 힘든 것은 시민들의 냉담함이다. 이 회장은 "아직도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일 뿐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생각은) 인간이라는 종만 중요하고 인간이기주의에 똘똘 뭉쳐서 다른 생명에 대한 존엄이나 소중함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도 가끔 응원해주는 시민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저희가 행진을 하고 캠페인을 할 때 지나가시는 어르신 분들이 '그래, 저거 정말 잘하고 있다', '(동물보호가) 정말 필요해'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참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돼지가면을 쓰는 이유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데, 사실 동물도 인간이다. 얘네(동물)들은 인간과 생김새와 언어가 다를 뿐 (인간과) 똑같은 동물"이라며 "동물들도 사람처럼 때리면 아파하고 찌르면 피를 흘린다. 이제까지 죽어나간, 희생된 동물들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장이 돼지가면을 쓰고 동물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박현주 기자 phj0325@ |
이 회장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식용개' 발언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윤 후보는 '나는 개 식용을 반대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나는 아동학대를 반대한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과 같다"며 "개 식용은 엄연한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10월3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TV토론회에 개 식용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데 대해선 많은 분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이 "개식용 문제를 개인의 선택에 맡겨서 되겠나. 반려동물 학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추궁하자, 윤 후보는 "(개식용은) 반려동물 학대가 아니라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고 반박했다. 개를 먹는 행위가 반려동물 학대라는 비판에, 따로 식용으로 관리하는 개도 있지 않냐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날 이 회장은 "앞으로 잘못된 제도나 사고방식들을 고쳐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함께 시위에 나선 김혜숙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은 "어미돼지를 가둬 키우는 스톨 등 공장식 축산업에서의 사육, 도축 과정이 굉장히 잔인하다"면서 "동물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를 떠나서,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데도 그들에게 고통을 가하면서까지 인간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회원은 이어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지향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업은 동물복지 농장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같이 살아가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9일 출범해 첫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전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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