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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정주행 못해요"…'인강'에 익숙한 MZ세대의 1.5배속

머니투데이 김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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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장면 건너뛰기·1.5배속 빨리보기 기본

OTT 시대가 바꾼 관람 문화]

넷플릭스 '지옥'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지옥'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하도 주변에서 넷플릭스 '지옥' 봤냐고 물어봐서 1.5배속으로 하루만에 정주행 끝냈습니다."

최근 OTT나 유튜브 등 영상의 재생 속도를 높여서 빠르게 보는 20~30대 시청자가 늘고 있다. 내용은 궁금한데 시간이 부족한 경우, 혹은 지루하거나 잔인해 취향에 안맞는 장면을 거르고 싶을 때 부분적으로 건너뛰거나 속주행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완결성보다 소비자의 요구와 편의를 우위에 놓는 OTT 시대의 변화다.


"드라마 시즌1개에 6시간 어떻게 써요"…OTT가 바꿔놓은 관람문화

업계는 올해 하반기는 유독 OTT 흥행작들이 폭증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했다고 본다. 지난 8월 'D.P.'를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지옥' 등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연달아 전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이 때문에 이를 보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모두 1시간 내외의 에피소드 6-9개로 구성돼 있다. 시즌 1개를 끝내려면 적어도 6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건너뛰거나 원래 재생속도보다 1.2배~1.5배속으로 빠르게 설정해놓고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시청 패턴대로라면 서너시간만에 드라마 시즌 1개를 가뿐히 소화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스킵과 빠른 재생은 이미 익숙하다. 학창시절 온라인으로 인강을 들을 때 배속을 해서 봤던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는 "1.5배속으로 보던 게 습관이 돼서 오랜만에 제 속도로 보면 배우들이 말을 너무 천천히하는 것 같이 느껴져 답답하더라"라며 "이제 배속을 해서 봐야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되고 내용 이해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스킵과 빠른 재생은 '자막'과 함께 했을 때 빛을 발한다. 자막으로 스토리 이해를 높이고 스킵할 장면을 빨리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자막은 해외 콘텐츠를 볼 때만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드라마도 자막을 켜놓고 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상영을 목표로 한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흡수되면서 자막을 틀어놓고 본다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극장용으로 만들어져 배경 사운드가 커지면서 대사가 이에 묻히는 경우도 빈번해서다. 이 때문에 애플TV+는 영상 시청 중 "방금 뭐라고 했어?"라고 물으면, 5초 전으로 돌아가 자막을 자동으로 켜서 보여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배속 없는 디즈니+…장인정신일까, 고집일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를 두고 일부 이용자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디즈니+는 재생속도 조절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왓챠, 티빙, 웨이브 등 대부분 OTT에서 배속 기능을 즐겨 쓰던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당연히 배속 기능은 있을 줄 알았다"며 "배속기능은 이제 필수인데 빠졌다"고 말했다.


'오프닝 건너뛰기'와 프리뷰 기능으로 앞뒤를 탐색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도 시청행태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원작 그대로의 완결성을 중시해 출시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배속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한편으로는 원작의 퀄리티를 지키는 '장인정신'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용자 시청행태를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고집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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