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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에서 축구 천재견으로 변신한 '레오'의 사연

연합뉴스 홍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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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준비하던 저의 주인, 축산공무원 됐어요"
임실군 유튜브 '축구 천재 레오' [임실엔 TV 캡쳐]

임실군 유튜브 '축구 천재 레오'
[임실엔 TV 캡쳐]


(임실=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저, 아무래도 축구 천재인가 봐요. 드리블은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처럼 빠르고 가끔 패스도 할 줄 알거든요."

집에서는 얌전하고 주로 잠만 자지만, 운동장에 나오기만 하면 펄펄 납니다.

두 살이 채 안 된 상남자라 그런지 기운이 넘쳐 축구공만 보면 질주 본능이 되살아나는 듯해요.

주인을 만난 건 작년 장마철인 7월 23일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날이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옛 주인이 저와 이별을 선택했어요.

세상의 빛을 본지 겨우 100일쯤이었을 때라 저에게는 가혹한 현실이었어요.


저는 170㎝가 넘는 높이의 담벼락 밑으로 내팽개치듯 떨어졌고, 사방이 갇힌 곳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울부짖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거센 비와 어둠이 너무 무서웠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다리가 부러지듯 아팠거든요.

발견 당시 '레오'[신현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발견 당시 '레오'
[신현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때였어요.


이른 아침 운동을 나가던 한 청년이 빗소리를 뚫은 저의 외침을 기적처럼 알아차렸는지, 조심조심 곁으로 와서 저를 꺼내주었어요.

이럴 때 '구사일생'이라고 하나요.

그는 아픈 저의 다리를 치료해주고 위탁보호를 위해 곧장 유기견센터로 데려갔어요.


거기에는 저와 같은 친구들이 먼저 와서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짖어댔어요.

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유기견센터에 몇 번 들르던 그가 저의 매력에 반한 건 그때였어요.

저를 입양해 그의 원룸으로 데려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방 책꽂이에는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 등 난생처음 보는 어려운 책들이 꽂혀있었어요.

주인은 몰라요. 제가 글을 읽을 수 있는지….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서른 살의 취업준비생'이었답니다.

부모와 함께 어렸을 적 강아지를 키워봐서인지 저를 무척이나 귀여워해 줬어요.

원룸에 독립하면서 '누군가의 소유자가 된 것은 처음이야'라는 그의 혼잣말을 듣고서는 얌전히 생활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답니다.

그래서 '응가'도 밖에서만 해요.

저로 인해 인생을 바꾼 주인의 손을 덜어주는 것 정도는 기본 예의잖아요.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저를 만난 이후 '축산직 공무원'으로 방향을 틀었대요.

전주에서 생활하던 그가 임실군청 축산직 공무원이 된 것은 저 말고도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혹시 아시나요?

불길에 휩싸인 주인을 구하고 죽었다는 '의견(義犬)'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 이곳 임실군 오수면이라는 것을요. 예전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했대요.

그래서인지 오수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화장장 등 시설을 두루 갖춘 '오수 펫 추모공원'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되기도 했어요.

'개의 고장' 임실을 택한 그는 이제 유기견 문제의 해법을 찾는 공무원이 되기를 꿈꾸고 있어요.

진돗개를 사랑하던 소년 시절부터 개 관련 논문들도 제법 뒤적인 주인인 만큼 그 능력과 재능을 행정에 접목할 거래요.

그러면 저와 같은 유기견이 줄어들고, 버려졌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반드시 찾아낼 거라고 믿어요.

레오(오른쪽)와 신현확씨[신현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레오(오른쪽)와 신현확씨
[신현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아, 제 이름 '레오'는 저의 주인인 신현확(31)씨의 세례명인 '이레네오'에서 따왔어요.

'리오넬 메시'나 '레오'나 살짝 비슷한 어감이니, 힘든 일이 닥치면 제 이름을 떠올리며 화이팅 하세요.

그리고 저의 축구 실력을 보시려면 임실군 유튜브 채널인 '임실엔 TV'로 오세요.

벌써 구독 조회 수 5만5천 회를 넘어섰고 댓글 수도 600회가량으로 반응이 뜨겁거든요.

※ 본 기사는 유기견을 데려와서 같이 생활하는 신현확씨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를 재구성해 1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무생물 주어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신씨의 감수를 거쳐 송고됐습니다. ich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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