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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하면 살려준다”던 탈레반, 군인·관료 즉결처형

조선일보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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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이 총을 들고 거리를 지키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이 총을 들고 거리를 지키고 있다./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대외적으로는 사면을 약속한 뒤 이를 믿고 투항한 정부군과 관료들을 즉결 처형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30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10월까지 가즈니, 헬만드, 칸다하르, 쿤두즈 등 4개 주에서 정부 고위 관료, 군인, 경찰 등 최소 100여 명이 탈레반에 살해당하거나 실종됐다. 앞서 탈레반은 이들을 일괄적으로 사면하겠다고 했는데,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항복한 정부 병력에 사면 보증 증서를 신청하라고 하면서 이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수집한 뒤 무기를 빼앗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뒤 사면 증서를 신청하며 제공한 주소지를 한밤중에 급습해 이들을 총살했다. 또 정부 인사 기록에 있는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활용해 숨어 있던 정부 고위 관료들을 색출해내 처형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패트리샤 고스맨은 “탈레반 지도부가 아프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즉결 처형에 대해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지도부가 이 같은 야간 급습과 즉결 처형을 용인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으려 과거처럼 대규모 공개 처형을 하는 대신 조용히 처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 측 대변인은 HRW 보고서와 관련한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달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 전투원 1300여 명을 파병해 이 지역에서 암약하는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IS-K 전투원 색출 작전에 투입했다. ISIS-K는 탈레반을 온건하다고 비판하며 탈레반과 맞서고 있다. 아프간 전역에 ISIS-K 전투원이 총 2000~3500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2일 탈레반 한 부대가 매주 평균 ISIS-K 전투원 7~10명체포고 있다고 보도했다. 칼리 함라즈 탈레반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600명이 넘는 ISIS-K 대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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