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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무덤이 '다크투어리즘' 명소가 될 거라고? [아이들은 나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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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의 스승] 법적 책임 어렵다면, '역사적 응징'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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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광주법원 도착 ▲ 전두환씨가 지난 2019년 3월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 공동취재사진



"선생님, 전두환이 죽었대요."

2021년 11월 23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교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한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이렇게 외쳤다. 이곳 광주 아이들에게 전두환은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몇 집만 건너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친인척과 이웃이 있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익히 배워온 터다.

이후 수업에서는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느닷없는 전두환의 죽음이 주제가 돼버렸다. 광주 학살에 대해 사과는커녕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한 그가 천수를 누렸다는 사실에 한목소리로 분개했다. 뒤이어 소송 중인 사건의 법적 책임과 1000억 원 가까운 추징금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전두환이 죽자 광주 아이들은...

"그런 법이 어디 있답니까. 죽어서 죄를 물을 수 없다면, 사회의 정의는 어떻게 바로 세우나요?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죽을 때까지 버티고 시간만 끌면 된다는 거잖아요."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해서 벌금을 추징하지 못해 쩔쩔맸는데, 이젠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네요."

"내란과 광주 학살의 수괴였던 두 인물, 노태우와 전두환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해 차례로 죽었으니 이제 5.18 유족들은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나요?"

"야당의 대선후보는 그렇다 쳐도, 청와대조차 전두환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진정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은 5.18 유족을 비롯한 우리 국민 아닐까요?"

"전두환 빈소의 젊은 야당 대표의 이름이 적힌 조화가 눈에 거슬렸어요.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뜻일 텐데, 제 주위 또래 중에 전두환을 욕하지 않는 사람은 '일베'뿐이거든요."

"당시 최종 책임자가 죽은 마당에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약해지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분명 조만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가자'는 말이 나올 텐데요."


간만에 30여 년 터울의 아이들과 난 완벽하게 의기투합했다. 이게 다 전두환의 죽음 덕분이다. 그의 죽음을 마주하는 인식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들의 질문에 공감하듯 답했고, 그들은 내 답변에 흔쾌히 맞장구를 쳤다. 아이들에게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깨워준 '위대한' 반면교사다.

"사죄 없이 떠난 학살자 앞에 분향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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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아이들은 그의 죽음 앞에 멈춰선 '법적 책임'의 가벼움을 한껏 조롱했다. 법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도구라고 배웠는데, 외려 극악한 범죄자를 용서하는 수단이 돼버렸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수백수천의 피해자들이 여전한 고통 속에 있는데, 가해자가 죽었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식의 언론 보도가 가당찮다는 뜻이다.

'조문'의 사전적 의미를 들어, 일부 조문객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조문한다는 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해 유족을 위로한다'는 뜻이다. "한마디 사죄 없이 떠난 학살자의 주검 앞에 분향하고 고개를 숙인다는 건 그의 욕된 삶을 인정하고 두둔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힐난했다.

그의 유족 또한 위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이는 전두환의 유족들이 추징금 징수를 위한 정부의 재산 압류 조치에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해줬다. 얼마 전 노태우의 국가장 결정에 벌금을 완납한 것이 가장 큰 참작 사유가 된 것 또한 전두환과 그 유족의 막무가내 행태와 비교가 된 탓 아니겠느냐는 거다.

"전두환으로 인해 벌금을 완납해야 하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가 '업적'처럼 여겨지게 됐다"면서 "노태우가 제대로 친구 덕을 봤다"고도 말했다. 수중에 29만 원뿐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보는' 여론의 부박함을 문제 삼기도 했다.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된 범죄 행위보다 애꿎은 추징금 징수 과정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게 황당하다는 뜻이다.

"전두환과 그 일당"

아이들은 그와 유족들을 싸잡아 "전두환과 그 일당"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연좌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한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의 발언과 5.18 민주화운동을 버젓이 '폭동'으로 적시한 <전두환 회고록>이 그의 장남이 소유한 출판사에서 발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도 더러 있었다.

물론, 연좌제는 안 될 말이다.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의 대립과 6.25 전쟁 이후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족들의 삶을 옥좼던 그 연좌제라는 서슬 퍼런 단어가 아이들의 입에서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황망한 일이다. 그만큼 반성과 사죄는커녕 5.18 유족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호의호식해온 '전두환과 그 일당'에 대한 증오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연좌제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헌법 제12조 3항에 폐지 조항이 적시됐다. 공교롭게도 연좌제가 공식 폐지된 때가 광주 학살이 자행됐던 1980년이다. 전남도청이 계엄군에게 함락된 나흘 뒤인 5월 31일 전두환의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그곳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니 얄궂기 짝이 없다. 1980년 10월 22일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이 개정됐고, 연좌제는 공식 폐지됐다.

전두환이 폐지한 연좌제의 혜택을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유족들이 누리는 셈이니, 그저 분하고 어이없을 따름이다. 이러한 사실을 들려주자, 아이들은 사리사욕으로 가득찼던 전두환이 그걸 몰랐겠느냐며 자신과 가족, 친인척들의 '풍요'와 '안전'을 위해 미리 손쓴 거라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폈다. 어떻게든 그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활동 때 가자고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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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구묘역 입구에 묻힌 '전두환 표지석' ▲ 광주광역시 망월동 구 5.18묘역 입구 바닥에는 참배객들이 밟고 갈 수 있도록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이 새겨진 표지석이 묻혀 있다. 1982년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가져와 묻었다. ⓒ 권우성



한 아이는 재작년 동아리 답사 때 경남 합천의 전두환 생가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밀양의 의열 기념관과 김종직 생가 등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생가 앞 안내판대로라면 전두환은 이순신 못지않은 영웅이라며 황당해했던 그때의 느낌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만 탓할 일도 아니라며, 전두환에 대한 역사적 응징을 강조했다.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역사적 응징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거다. "죽어서 법적 책임이 덜어진다면 꼭 그만큼 대대손손 전수되는 인과응보의 징벌 행위로 갚아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들은 역사 교과서의 서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이가 내놓은 제안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무릎을 쳤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곧 조성될 전두환의 무덤을 찾아가 단체로 침을 뱉자"는 것. "전두환의 무덤은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5.18 사적지로 지정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의 아이디어는 망월동의 민족민주열사 묘역(5.18 구묘역) 입구의 '전두환 비석'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묘역을 참배하기 전 5.18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밟고 지나가는 그것은 어느새 5.18 묘역의 상징이 됐다. '전두환 비석을 밟았냐'는 질문은 '묘역을 참배했느냐'는 뜻이다.

민주화운동 관련 단원을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줄곧 강조해온 게 하나 있다. "전두환이 '자연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대한민국의 역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국민을 학살해 권력을 찬탈한 범죄자를 단죄하지 못한다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방증한다"는 이유에서다. 확정판결이 나고 처벌받을 때까지 조금 더 살아주기를 바란 것도 그래서다.

"역대 대통령 중 전두환이 만 90살로, 천수를 누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할 걸 보면... 살아생전 사람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전두환을 이승만과 비교하며 웃는 아이들 앞에서 대화를 매조지듯 이렇게 말했다. "전두환은 죽었어도 '전두환 시대'가 끝난 건 아니"라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또 다른 '전두환들'이 우리 사회엔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는 뜻이다.

전두환이라고 하면, 5.18을 제외하고라도, 아이들조차 교과서 속 '땡전 뉴스'를 떠올리며,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긴 원흉이자 하나회라는 정치군인 집단의 수괴라고 대답한다. 곧, 권력에 빌붙은 언론인과 지역감정에 기댄 정치인, 공복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공무원 집단 등이 살아 있는 '전두환들'임을 시나브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사라질 때 비로소 '전두환 시대'가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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