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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BTS 같다는 ‘K-세금’

조선일보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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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가 동학개미 눈치도 안 보고 ‘금융세제 선진화 정책’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 투자로 버는 모든 소득을 합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과세하고,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제동을 걸었다.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표 많은 쪽에 인기 없는 일을 절대 안 하는 사람다운 조치였다.

▶반면 부동산 분야에선 부자 징벌 세정(稅政)으로 치달았다. 표가 적으니 마구 때리는 것이다. 투기를 잡겠다며 양도소득세법을 다섯 차례나 수정해 최고 세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내용도 너무 복잡해 난수표가 됐다. 1주택자 경우 거주·보유 기간에 따라 8가지였던 양도세율 경우의 수가 189가지로 늘어났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수·지역·처분 시기 등의 변수가 추가돼 경우의 수가 몇 가지나 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미친 집값’은 더 악화됐다.

▶양도세는 세금을 제대로 계산해 신고하지 않으면 미납 세금은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그런데 세무사의 98%가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 업무를 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세청에 문의해도 뚜렷한 답을 못 주는 경우가 많다. 양포세(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 신조어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다.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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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바람직한 세제가 갖춰야 할 특성으로 ‘단순성’ ‘공평성’ ‘경제성’을 꼽았다. 세제가 복잡하면 납세자의 세금 납부 비용이 커지고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 대부분 선진국의 보유세는 단일 세율이다. 반면 우리나라 재산세는 4단계, 종합부동산세는 12단계의 기형적 누진 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종부세 최고 세율 6%는 유럽의 부유세보다 높다. 세금이 아니라 징벌이다.

▶한국의 조세 경쟁력 순위가 2017년 17위에서 올해 26위로 9계단이나 떨어졌다. ‘세금 정치’ 탓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세금의 기본 원칙이 깨진다. 미국에선 납세자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주택보유세를 연간 2% 이상 올리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한다. 한국에선 상위 2%에 국한된 세금이라고 한 해에 2~3배씩 마구 올린다. 이런 세금 폭탄을 안겨놓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BTS처럼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자랑한다. 난수표 같고, 불공평하고, 비경제적인 ‘잘못된 세금’ 올림픽이 있다면 K-세금이 단연 금메달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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