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홍석희·이원율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대구·경북은 ‘고향’(안동)이다. 당으로선 ‘적지’다. 역대 대선에서 절대적 열세를 벗어나지 못한 ‘보수의 아성’이다. 1987년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배출된 첫 TK출신 대선 후보로서 이 후보는 이 지역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호남은 국민의힘에도 ‘적지’이긴 마찬가지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혁신’을 내건 뒤로는 ‘공든 탑’이 돼 왔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의 지지 확보는 보수 혁신의 ‘지표’이기도 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무릎을 꿇은 이유이기도 하고,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의 출발지를 호남으로 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정당 역사상 호남에서의 역대 최대 득표율을 대선 승리의 조건으로 내건 까닭이기도 하다. 그 과제는 온전히 윤 후보의 어깨에 지워졌다.
선거전술상으로는 이 후보의 TK와 윤 후보의 호남은 각각 ‘+2표’의 셈법이 작용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경쟁자가 당연히 얻을 몫이 하나 줄고, 내가 얻지 못했을 하나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광주행=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지역 방문 일정으로 호남을 택했다. 표면적으로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 논란’ 등으로 인한 사과 방문이다. 내부적으론 표계산도 염두에 뒀다. 호남도 ‘해볼만한 곳’이란 판단이다. 지난 8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호남에서 5.9%포인트 오른 21.2%를 기록했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도 호남에서만 14.6%포인트 올라 38.9%를 기록했다(1일~5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호남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도 16.6%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거둔 호남 지지율(10.5%)을 상회한다. |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호남 표심 역시 윤 후보에 아주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호남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윤 후보가 호남행을 서두른 것도 이 지역을 포기하고서는 대권도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호남에서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달성해야 한다”고 대선 승리 조건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호남방문에 이어 11일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도 예정하고 있다. 민주당 이탈층과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다.
▶이재명의 ‘TK 대망론’= 이 후보 역시 상대표 흡수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던 지난 5일 이 후보가 대구 시민의 상징 장소 서문시장을 방문한 것은 ‘TK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의 서문시장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을 만들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가 서울 용산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되던 동 시간대에 이 후보가 대구를 방문하고 있었던 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
이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도 TK였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이곳이 내 고향’이라고 대선 출마 선언 후 시민에 첫 인사를 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월곡초등학교 졸업생이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 후보가 ‘대구·경북(TK) 후보’라 주장하자 “이재명은 예안 출신”이라 주장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 후보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은 아주 나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일 공개한 이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19.7%, 윤 후보의 같은 지역 지지율은 59.3%였다(5~6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거둔 대구·경북 지지율(19.0%)보다 다소 높은 지지를 받았고,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받았던 지지율(80.5%)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택유보층이 줄어들고, 박 전 대통령만큼 압도적 지지세를 TK에서 윤 후보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이 후보가 TK에 공을 쏟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대구·경북 민심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듯,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대구 경북 학생 간담회에선 “김대중 정책과 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2017년 박정희 묘소 참배를 하지 않은 뒤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독재자”라고 말했던 것과 결이 달라졌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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