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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노무현, 돌아가시기 전 노태우 높게 평가”…허화평 “5·18 묻지 말라”

중앙일보 윤성민.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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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보도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보도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에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를 했다. 그때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 말씀을 꼭 전하라고 해서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을 대표해서 제가 왔다”고 했다.

사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향한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가가 긍정적인 건 아니었다. 1990년 1월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가 민정당 총재인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3당 합당’을 하자,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친 이가 노무현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 12·12 군사쿠데타 등을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훈이 취소된 것도 노무현 정부 시절 일이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 대표가 남긴 말은 “매우 높게 평가했다”였다. 곽 변호사는 “권양숙 여사께서 위로의 말씀을 (유족들에게) 꼭 전하라고 했다”며 “(유족들을) 깊이 위로해드렸다. 가족들에겐 가족의 아픔이 있는 것이니”라고 말했다.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18,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전두환 정부의 실세 중 실세였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병상에 계시다 운명하셨는데 훗날 되돌아보면 큰 업적을 남겼다. 대통령으로서 성공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아마 국민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5·18 유족에 사과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고인을 위해서도 덕담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5·18 사격 지시와 관련된 질문에는 “저한테 물어보지 말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 그때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지 사흘째인 이날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서경석 전 동티모르 대사는 베트남전 때 노 전 대통령을 직속상관이자 대대장으로 모셨던 인연을 소개하며 “작전계획을 만들어 대대장님께 설명하면 다른 이야기 없이 ‘잘하고 와’ 네 마디가 끝이었다. 그게 인상적이다. 너그럽고 부하를 믿는 것”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뉴스1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뉴스1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조문을 온 유영하 변호사는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려달라고 말씀을 하셔서 전해드리고 왔다”고 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특허청장을 지낸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 김대중 정부의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시(弔詩)를 유족에게 보냈다. 이 교수는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라는 제목의 이 시에서 ‘독재와 독선, 역사의 두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밑에서 어렵게 피어난 질긴 질경이 꽃모습을 그려봅니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진행된다. 영결식에서는 가수 인순이씨가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추모곡으로 부른다.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조문으로서 제가 할 도리는 다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 내 장지 후보지를 살펴본 뒤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후보지로는 파주 통일동산 인근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통일동산 내 동화경모공원 모습,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 내 장지 후보지를 살펴본 뒤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후보지로는 파주 통일동산 인근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통일동산 내 동화경모공원 모습, 연합뉴스





유족 측 “장지 해결 안 돼”, 정부 “영결식 후 논의”



노 전 대통령의 유족 측은 정부가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도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유감을 표시했다. 유족 측 관계자는 29일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지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데 해결이 안 됐다”며 “몇 개월 전부터 얘기가 오고갔던 건데 제때 해결이 안 되고, 국가장으로 장례가 진행되는 상태에서도 해결이 안 돼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영결식 후 장지가 마련될 때까지 경기 파주시 검단사에 임시 안치된다. 유족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파주시 통일동산 인근에 안장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례 절차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상 현재는 장지를 어디로 할 지 유족 측과 논의를 못하고 있다. 파주시에만 협조 요청을 보낸 상태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 장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구체적으로 장지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 장지를 어디로 할 지 통보를 받으면,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일동산과 그 인근의 자유로, 헤이리 예술마을 등이 모두 노태우 정부 시절 조성된 곳이라 우리 입장에서도 이곳을 장지로 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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