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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도 등돌렸다…미얀마 군정과 거리두는 이웃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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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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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들의 깃발/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를 초대하지 않았고 싱가포르는 그들의 돈줄을 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통의 우군이었던 캄보디아도 미얀마 군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소수의 친구들’에 의존했던 미얀마 독재정권의 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군정 외교부는 지난 23일 “미얀마 정부 수장은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동등하고 완전한 권리를 누린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26~28일 열릴 온라인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배제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앞서 미얀마 군정은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의 발표 이후 정치범 5000명을 석방하며 유화 조치를 취했지만 아세안의 강경 입장이 변하지 않자 지난 15일에도 비판 성명을 냈다. 미얀마 군정이 같은 이슈로 두번이나 성명을 내는 것은 그만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미얀마 군정 입장에서 ‘주변국의 배신’이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는 미얀마 군부의 돈줄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데릭 콜렛 미국 국무부 특별보좌관과 회동을 갖고 미얀마 군부의 해외 금융자산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미얀마에 투자한 싱가포르의 기업들의 자금을 동결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등의 현지 투자 회사들이 줄지어 철수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기업마저 철수하면 미얀마 군부는 심각한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도 미얀마 군부와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24일 “캄보디아는 미얀마의 복잡한 사태 해결을 위해 (의장국이 된 뒤) 아세안의 단합과 중앙집권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내정불간섭 원칙을 지지하는 나라로 태국, 베트남과 함께 미얀마 군부의 우군 역할을 해 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따르면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인사를 배제하기로 한 결정을 내릴 때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 해양국가들이 군부 인사 배제를 지지한 반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반대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플로맷은 “아세안은 미얀마 문제에 대한 다음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며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 캄보디아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캄보디아도 미얀마 군부 배제 움직임을 이어가겠다고 한 것이다.

예 묘 헤인 양곤 타가웅 정치학연구소장은 “아세안의 결정은 미얀마의 현 군정 뿐만 아니라 1988년부터 2010년까지 국제사회 압박에도 ‘소수의 친구들’의 지지로 생존해 왔다며 정치·외교적 성공을 자랑해 온 이전 군정의 장성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며 “독재정권의 해묵은 외교 플레이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전했다.

미얀마의 ‘소수의 친구들’은 중국과 러시아, 아세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962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군부 지도자들이 실제로 이들 국가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고립을 피해 장기간 집권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중국 관영 언론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하루 뒤 ‘내각 개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쿠데타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을 막았다. 아세안 역시 내정불간섭 원칙을 보여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는 유혈 사태 한가운데서 열린 미얀마 국군의 날(3.27) 행사에 대표단까지 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행사에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인사를 초청했다. 군부가 교체하려던 초 모 툰 주유엔 대사에 대해 미국과 막후 외교 협상을 통해 유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미얀마에서 유혈사태가 4개월 이상 벌어지면서 국경불안 문제가 가중되는 데다 미얀마 군정이 중국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진 것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헤인 소장은 분석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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