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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사람들은 먹지만 사전엔 없는 ‘애탕’과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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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기상청이 서울 등지에 한파특보를 내렸을 정도다. 10월 중 서울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것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렇듯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득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생선의 애를 넣고 끓이는 ‘앳국’이나 톡 쏘는 맛이 일품인 ‘홍어애탕’도 그중 하나다. 앳국과 애탕은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고, 즐겨 먹는 이들도 많은 음식이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우리나라 국어사전들에는 앳국도 없고, 애탕도 없다.

‘애를 끓인다’거나 ‘애간장을 태운다’ 따위의 표현으로 많이 쓰는 ‘애’는 사람에게는 “창자”를 뜻하지만, 생선에서는 “간”을 의미한다. 이순신 장군이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며 ‘애를 끊나니’라고 한 것은 “마치 창자가 끊어질 듯한 아픔, 즉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얘기한 것이다. 국어사전들도 ‘애끊다’를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라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사람들이 흔히 먹는 ‘애탕’에는 생선의 창자가 아니라 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는 일반 언중 사이의 구분일 뿐 지금의 국어사전들은 그렇게 분별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마저 생선의 간을 뜻하는 말로는 아무것도 다루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의 문화어(우리의 표준어)를 다룬 사전은 ‘애’를 “명태 따위의 간”이라고도 밝히고 있다.

그뿐 아니다. 많은 사람이 생선의 창자를 가리키는 말로 ‘곤’ 또는 ‘고니’를 쓴다. 하지만 우리 국어사전들에는 “생선의 창자”를 뜻하는 말로 ‘곤’이나 ‘고니’가 올라 있지 않다.


‘곤’에는 “열두밭고누에서, 제 말 세 개가 나란히 놓인 상태를 이르는 말” 같은 누구도 평생 쓰지 않을 듯한 의미 몇 개가 달려 있고, ‘고니’에는 “오릿과의 물새”라는 뜻만 올라 있다. 대신 “명태의 이리, 알, 내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지’가 등재돼 있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에 ‘생선 고지’를 검색하면 단 하나의 사용례도 뜨지 않는다. 생선의 내장을 뜻하는 말 ‘고지’는 죽은말(死語)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의 국어사전들만 모른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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