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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저는 인간의 동반자이길 원합니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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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편집자 주] 코로나19의 지구촌 대유행(팬데믹)이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2021년 10월 14일 0시 현재 국내에서만 33만 7679명의 확진환자가 집계되었다. 또한 수백만명이 자가격리를 하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는 시대를 가름할 정도가 됐다. 국가적인 방역 노력과 예방백신 접종에 힘입어 빠르면 11월 초 쯤에 한국도 코로나 일상(위드 코로나)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접어든 가운데, 14일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한익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 랩 원장)가 ‘코로나19의 독백’이라는 글을 경향신문에 보내왔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경향신문

■저는 ‘코로나19’ 입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식적인 병명은 COVID-19이고 원인균은 SARS-CoV-2입니다. 코로나19 라는 이름은 한국 정부에서 정한 국내용 명칭입니다. 저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태어난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저의 탄생과정과 장소, 생년월일 관련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을 뿐입니다. 박쥐 또는 천산갑 등 숙주에서 수억 년을 살아온 저의 조상이 살아가기 편할 것 같은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로 침입하기 위해 자기 몸을 단련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인간에게 침입하고 병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날이 저의 생일일 것입니다.

생년월일은 2019년 12월로, 탄생지는 중국 우한의 어느 동굴 속이나 시장터로 얼버무릴려 했죠. 그런데 최근에 라오스의 동굴 박쥐에서도 코로나19 원인균인 SARS-CoV-2와 유전자배열이 95%가 같은 저의 형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인되었다니, 어느 지역을 꼭 집기보다 중국의 남부와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지역 어딘가가 제 고향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듯합니다.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고, 즉 제가 인조변형바이러스이고 사고로 유출되었다는 설은 정황적인 사항을 근거로 제시되었으나 신뢰할 만한 물증은 없습니다.

■저 코로나19의 위력은?

저의 출현과 활동을 중세시대의 페스트나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과대평가하는 것은 저로서는 억울한 점입니다. 그들만큼 악독하지는 않습니다. 페스트로는 1347~1352년 사이에 유럽인구 30%에 해당하는 2400만명이 사망했고 그 전후로 몇 세기에 걸쳐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1919년 세계인구 5억명을 감염시켰고 1700만~5000만명을 사망시켰으니 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저로 인한 감염자는 2021년 10월 1일자로 2억 3488만명이고 사망자는 479만 명입니다. 물론 저의 유행이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나 초기에는 2.7%였던 치명률이 현재는 0.5%로 낮아져 독감과 비슷합니다. 저 코로나19는 악동이 아니라 순둥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옛날 전염병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힘이 약해서라기 보다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의료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저 코로나19는 이제는 인간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길 원하는데 저를 박멸하겠다니 안타깝습니다. 저를 살살 달래서 같이 살아갈 생각은 안하시나요? 때려잡겠다고만 하면 저도 방어본능에 따라 제 스파이크 단백의 뿔을 날카로운 것으로 바꿔 달면 어떤 악마로 변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에서 델타변이종이 생겨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백신효과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9월 말 현재 코로나19 신환의 95%가 델타 변종입니다. 그런데 남미 페루에서 치명률이 9.5%정도인 람다변이가 나타나 저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변이의 출현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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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우왕좌왕, 누구 책임일까

2020년 초 유행 초기에는 전 세계가 혼란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감염병 전문의들조차 저의 특성을 알 수 없었고 백신도 없었으니 방역에 혼란이 있었던 것은 이해가 됩니다. 인간들이 도시전체를 폐쇄하고 응급실 마비, 장례 마비, 여행제한, 종교의식 과 공연, 결혼식 등 모임 제한, 휴교,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mRNA 백신 개발로 접종시작, 백신 부작용 사망,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연령제한 관련하여 각국의 중구난방 기준, 각국들의 백신 확보 경쟁 등등의 혼란을 겪었는데 누구의 책임인가요?

저를 키워준 것은 인간들이죠. 저희에게 가장 좋은 토양은 인간의 오만함입니다. 저의 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을 잡아먹어 살아갈 터전을 없애면 우리가 어찌해야 합니까? 저를 무시하고 잘난 얼굴을 왜 가리느냐며 마스크도 안 쓰고 침 튀기며 떠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덕분에 제가 인간 숙주에 정착하게 되었죠.

사실 인간 숙주는 제게 최적 환경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오만함을 고쳐주기 위해서라도 저는 인간들 옆에 오래 붙어서 힘을 키울 것입니다.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으면서 헌신적인 의료인들이 구축한 의료시스템에 기대어 성공적인 K-방역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놓고 백신확보를 못한 책임을 면해보려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속셈은 그냥 애교로 웃어넘겨야죠. 2015년 메르스 때 구축해 놓은 감염병 검사시설 네트워크가 괴힉적 방역 시스템 구축의 기초가 되었고 메르스 경험이 코로나19에 당국이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죠. 한편 메르스가 단기간에 끝나면서 백신을 경험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이 이번 코로나 19 방역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죠. 그러나 mRNA라는 유전물질에 일생을 걸고 헌신해온 의학자들 덕분에 단시간에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입이다.

■저 때문에 일상을 잃었다는데…

무슨 중요한 일상을 잃으셨나요? 지방으로 외국으로 여행 가는 대신에 집콕하게 된 것이 그렇게 억울한가요?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눈으로 못 봐 일생일대의 손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죠. 세계10대 명품 골프장을 모두 돌아보았다는 웃기는 자랑거리를 만들지 못해 불만인가요? 히말라야 트래킹이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 가는 게 그렇게 속 쓰린 일인가요? 부실한 내용으로 국민세금을 낭비해온 수많은 시시껄렁한 지역 축제가 취소된 것이 그렇게 아쉬운가요? 친구 만나 술잔 기우리지 못한 것 때문에 코로나19를 미워하시나요?

명승지 풍경 대신에 동네 길 담장에 박힌 돌과 그 밑에 핀 달개비 꽃에서 신비함과 정다움을 느낄 기회를 제가 드린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하지 않나요? 한강 산책길 북한산 둘레길 올림픽공원 길을 걸으면서는 후회를 곱씹어보거나 시상을 떠 올릴 기회를 잡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지 않으시나요? 추석 연휴 방콕하면서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에서 고생할 것을 면해드린 코로나19에 감사할 생각은 없나요? 혼밥 혼술이 낮설지만 그렇게 재미없는 일인가요? 또 다른 묘미를 찾을 수 없나요? 대면하지 못하는 친구와 화상통화가 더 반갑게 느껴지지 않던가요? 더 재미있고 흐뭇한 일상을 만들어갈 생각은 안하시고 코로나19 탓만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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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와 최재천 공동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1차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촉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의 위력을 사회발전에 활용할 방법은

중세의 부패한 종교권력을 몰락시킨 것은 페스트였죠. 히틀러와 나치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사회적 토양을 만든 것은 스페인 독감이었죠.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것은 천연두였습니다. 전염병의 막강한 위력은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을 조종해왔습니다. 17세기 뉴턴의 만유인력 업적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 농장에 가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발동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페스트가 뉴턴이라는 천재를 활용하여 물리학 수학 등 현대 과학의 바탕을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보카치오도 페스트를 피해 교외 마을로 가서 데카메론을 집필했죠. 중세시대 절대 신에게 꽁꽁 묶여 고체화된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인간적인 자각을 유도하여 인문주의의 문을 연 문학사적 대 전환에 페스트가 일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1918~1919년 전 국민의 47% 가량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었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일제의 억압통치에 대한 불만이 독립 정신에 불을 붙여 3.1운동으로 불출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연을 위해 매년 국가 예산 몇 십억을 쓰면서도 그 효과는 미미한데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비흡연자에 비해 사망가능성이 90%가량 높아진다는 경고가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않을까요?

코로나19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되었고 덕분에 계절성 독감 등 감기 호흡기질환자가 줄어든 것은 저의 공로가 아닌가요? 코로나19 덕분에 백신제조기술이 크게 개선되었고 벌써 독감 등 다른 전염병 백신제조에 mRNA를 활용하기 시작하였죠. 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19의 긍정적인 면을 살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사실 따져보면 저의 종족인 바이러스가 이 지구의 원 주인이고 원조 생명체입니다. 43억년 전 가상적인 원조 생명체 최종우주공통조상(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er)으로부터 출발하여 세균, 원충, 식물, 동물 그리고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죠. 그런데 우리 바이러스 종족은 이 LUCA보다 앞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가 원조라 해도 지나친 주장은 아닙니다. 우주 생성과정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세균 같은 LUCA 단위 생명체로 될 때 까지도 수십억년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 우리 시조가 탄생되셨을 것입니다. 현재도 숫자로나 분포로나 역할로나 최대 최강의 생명체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구 생명체들의 삶을 주관하는 절대자는 아니라 해도 미치는 영향력은 인간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크죠. 인간들이 때때로 자기들의 위치와 한계를 잊고 주인공인양 오만해져 허세를 부리죠. 저희 바이러스들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꺾어 줄 책임을 느낍니다. 인간들이 백신 등 예방과 치료약으로 대항을 해도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변형이라는 큰 능력을 가지고 있죠. 우리를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이를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하죠. 우리와 싸우지 마시고 데리고 사십시오. 바이러스의 큰 능력을 이용하십시오. SARS-Cov-2는 인간의 동반자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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