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헐!] 걸그룹에 보이그룹까지…'가상인간' 연예인 몰려온다

[편집자주]"OS랑 사귄다고? 어떤 느낌인데?"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 속 대사다. 이 영화가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만해도 어느 '상상력' 넘치는 감독의 공상 영화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이 아닌 가상의 her'가 우리 주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AI 챗봇 '이루다'가 불쑥 등장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가상 CF모델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IT업계는 물론, 정치권에 금융권까지 너도나도 '메타버스 열풍'을 외친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계’. 언제 이렇게 인간의 ‘현실계’에 뿌리내린 걸까.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디지털 휴먼 '한유아'. 모습 (사진=한유아 인스타그램 캡처)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다이렉트 메시지(DM)나 댓글로 소통해온 '디지털 휴먼'(가상인간)들이 잇달아 연예계 진출에 나서고 있다.

기존 디지털 휴먼들과 달리 단순 광고 모델 수준에 국한되지 않고 지적재산권(IP)화 해서 음원을 내고, 드라마나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디지털 휴먼인 '한유아'는 연예계 진출에 앞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개발한 VR(가상현실) 게임 '포커스온유(FOCUS on YOU)'의 히로인이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디지털 휴먼 '한유아'. (사진=스마일게이트 홈페이지 캡처)© 뉴스1

게임 속 캐릭터였던 한유아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등에 업고 게임 밖으로 나와 SNS로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실제 한유아 계정을 팔로우한 뒤 메시지를 보내자 직접 대답은 주지 않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지 약 3분만에 메시지에 '좋아요'를 눌렀다.

한유아는 셀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연기, 음반 발매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IP사업 담당 상무는 "최근 사회적으로 메타버스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인데 가상의 인물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활약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리는 데 이점이 있다"며 "VR 게임으로 인지도를 쌓아 온 한유아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휴먼들이 SNS로 소통하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정세진·한유아 인스타그램 캡처)©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딥스튜디오는 2019년 정세진, 민서준, 조은현, 도영원 4명의 가상 인물을 멤버로 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을 제작했다. 아직 데뷔 전이지만 딥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공식 계정 팔로워(딸림벗)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데뷔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중 디지털 휴먼인 정세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8만5300명에 달한다. 틱톡은 6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정세진은 46개의 게시물을 올려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시물에 목소리를 넣어 실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다만 데뷔 후 활동을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답은 오지 않았다.

딥스튜디오가 만든 디지털 휴먼 '정세진'. (사진=정세진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1

펄스나인은 딥리얼(Deep Real) 기술을 기반으로 '이터니티'라는 디지털 케이팝 걸그룹을 만들었다. 딥리얼 AI는 실사형 가상 인물 이미지를 생성하고 직접 촬영한 영상과 합성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AI 기술이다.

이터니티는 지난 3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첫 뮤직비디오 '아임리얼(I'm Real)'을 공개하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터니티 11명의 멤버 중 서아·수진·여름·혜진·민지의 유튜브 동영상은 각각 1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했다.

펄스나인이 만든 디지털 휴먼 아이돌그룹 '펄스나인'. (사진=펄스나인 유튜브 캡처)©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광고시장에서도 디지털휴먼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최근 가장 유명한 디지털 휴먼으로 꼽히는 '로지'는 쉐보레의 전기 SUV 광고 모델로 선정됐다. 로지는 지난해 8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인간이다. 최근에는 광고 영역을 넘어서 인플루언서로서 SNS를 통해 다양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성수동에서 식사하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로지 모습.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1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로지의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로지가 등장한 보험사 신한라이프는 유튜브 조회수는 무려 750만회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의 광고가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남아프리카에서 레저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로지 모습.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AI개발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언리얼의 메타휴먼 크리에이터 엔진으로 비교적 손쉽게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주요 기업마다 효과적으로 홍보하거나 고객 안내를 맡을 수 있는 디지털 휴먼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 활용범위는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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