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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0만명 과다복용 사망 진통제 ‘오피오이드’ 소송 29.9조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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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정부·카운티 등 4천개 지자체

“중독성 축소하고 불법유통 묵인”

존슨앤존슨 등 4곳 상대 제기

제조·유통사, 중독 치료비 내기로

2000년대 ‘만병통치약’ 여겨 남용

제약·유통사 상대 소송 아직 많아


한겨레

2017년 6월21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에서 촬영된 오피오이드에 기반한 하이드로코돈 알약 자료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수십만명의 과다 복용 사망자를 내며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와 관련한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쪽이 최대 260억달러(약 29조9000억원)의 합의에 이르렀다. 수많은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들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큰 합의 규모다.

뉴욕주 등 미국의 주정부 검찰총장들은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과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 아메리소스버건, 카디널 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와 같이 합의했다고 21일 공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존슨앤드존슨은 앞으로 9년에 걸쳐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매케슨 등 유통업체는 210억달러(약 24조1000억원)를 18년에 걸쳐 낸다. 이 돈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와 예방에 쓰인다. 존슨앤드존슨은 최소 10년 동안 오피오이드를 생산하지 않고, 유통업체들은 오피오이드 대량주문에 서로 경고음을 낼 수 있도록 독립적인 정보센터를 세우는 방안도 합의에 들어 있다.

이 합의는 미국 각 주와 카운티 등 약 4000개의 지자체가 오피오이드 피해자들을 대신해 이들 4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존슨앤드존슨은 오피오이드를 제조하고 마케팅하면서 그 중독성을 축소하고 의사들에게 경미한 통증에도 이 약을 처방하도록 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매케슨 등 유통업체들은 오피오이드가 길거리의 불법 경로로 흘러가는 것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주의 러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은 “이들 회사가 20년 넘도록 오피오이드 중독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며 “오피오이드로 숨지거나 중독된 사람들의 생명을 돈이나 어떤 조처로 보상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미래의 파괴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4개 회사는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어 “우리들은 재판 사안에 대한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하지만, 이번 합의가 회사들이 관심과 자원을 약품과 치료제의 안전한 전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점을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 소송이 완전히 종결되려면 원고들이 투표를 거쳐 합의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워싱턴주 등은 합의금 260억달러가 오피오이드 위기의 심각성보다는 인구를 근거로 할당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합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피오이드는 양귀비에서 채취되는 마약인 아편(opium)에서 유래된 용어로, 마약성 진통제를 통틀어 일컫는다. 뇌에서 보내는 통증 신호를 차단해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 등이 있다. 오피오이드는 1990년대까지는 주로 암환자 치료나 수술 후 통증 완화 등에만 쓰였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 전역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며 과용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으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만명이 의사 처방 또는 불법 경로를 통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로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 때문에 이날 합의가 공개된 소송 외에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오피오이드 관련 법적 분쟁은 많다. 존슨앤드존슨 외에도 퍼듀 파마, 테바, 멀린크로트, 로체스터 등 제약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 약국 체인 등을 상대로 한 소송들이다. 지난 8일에는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파산을 신청한 퍼듀 파마가 뉴욕 등 15개 주에 합의금 45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내기로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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