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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자살골’로 끝난 김어준 음모론… 그래도 못끊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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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TBS


대법원이 21일 댓글 조작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징역 2년 판결을 확정한 가운데, 여권에서 이번 사건 관련 ‘김어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친여(親與) 방송인 김씨가 최초로 제기한 인터넷 댓글 조작 의혹이 그 시발점으로 알려져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친문(親文) 적자’인 김 지사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는 자살골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10여년전부터 대선 부정선거론과 세월호부터 최근의 생태탕, 백신까지 “소설 한번 써보겠다” “합리적 추론”이라며 무수한 음모론을 양산해왔다. 그러나 여권은 그의 음모론이 결국 자살골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데도 그가 가지고 있는 핵심 지지층의 ‘팬덤’에 의지해 거리두기 보다는 의존현상이 더 커지고 있다.

◇ 김어준이 던진 칼날, 부메랑 돼 김경수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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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 앞에서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DB


김씨는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김 지사 판결 관련 “드루킹의 진술이 사실상 전부인 대단한 증거가 없는 웃기는 판결”이라며 “판결이 이상하다고 해야 정상”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 2부 주심인 이동원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국정농단 재판에서 정유라의 세 마리 말은 뇌물이 아니라는 최순실의 말을 신뢰한 판사”라고 했다.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씨는 지난 2017년 12월 TBS 라디오와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네이버·다음 포털 뉴스 댓글들을 두고 “전부 위에서 지시를 받은 댓글 부대가 단 댓글”이라고 했었다. 이듬해 1월에도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비판 관련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매크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후 드루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김씨는 2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내가 이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했다”며 자랑했다.

김씨의 문제 제기가 있은 후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댓글 조작단을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포털 댓글 사건의 중심에 보수 진영이 있다고 믿은 민주당은 약 2주 뒤 경찰에 댓글 조작 의혹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막상 댓글을 조작한 건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김동원씨와 민주당 당원들이었다. 이후 여야간 합의에 따라 드루킹 특검까지 이어져 김 지사가 지사직을 박탈당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김경수 지사가 형을 받는 데 크게 공로한 분이 둘 계신데, 한 분은 김어준씨고 다른 한 분은 역시 추미애 장관님”이라고 꼬집었다.

◇ 생태탕, 백신… 독이 된 ‘김어준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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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김씨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오 시장 처가의 내곡동 땅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해왔다. /조선일보DB


여권 지지자들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씨는 그동안 라디오와 유튜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되지 않는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일부 공론화 효과도 있었지만 ‘아니면 말고’식 폭로의 정치적 득실을 두고는 여당 내에서도 물음표가 달린다.

김씨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처가의 내곡동 땅을 둘러싼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증폭시키는 데 앞장섰다. 선거를 단 이틀 앞두고 90분 짜리 라디오 방송에서 익명의 제보자 5명을 릴레이 인터뷰하며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제기해 야당으로부터 “공영 방송이 이럴 수 있냐”는 항의를 들었다. 끝없는 음모론 제기가 유권자의 피로감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는 ‘K-방역’을 옹호하면서 백신 관련 불신을 조장해 정부의 백신 구매 지체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씨는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패널로 출연한 방송에서 “1년간 우리 국민이 마스크를 잘 쓰고 온갖 노력을 해서 이렇게까지 방역에 성공했다”며 “왜 아직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백신을 먼저 맞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언론과 야당이 조속한 백신 수급을 요구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씨는 또 지난해 12월 미 연방식품의약국(FDA) 관련 “화이자와 모더나가 미국 회사고 아스트라제네카(AZ)는 영국 회사”라며 “FDA가 AZ 승인을 늦추는 데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회사가 힘을 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기 기획관이 당시 “그렇죠”라고 맞장구를 쳐 올해 임명 당시 논란이 재점화하기도 했다.

◇ 與 대선 후보들 “그래도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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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앞다투어 출연하고 있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김씨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 김씨의 어젠다 세팅 능력 등을 고려하면 출연하는게 훨씬 더 득이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부처 장관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김씨 방송에 출연해 정책 현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달 8일 정의당 토론회에서 “지금 민주당 당 대표는 송영길이 아닌 김어준”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지난달부터 김두관·최문순·이광재·이재명 후보가 줄지어 출연했다. 이낙연 후보도 섭외가 들어와 조만간 출연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월에는 김씨가 팟빵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월간 김어준’에 출연해 정계 입문부터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5월 출연한 정세균 후보는 이른바 ‘장유유서’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자 다음날 ‘인터뷰 AS’라는 이름의 코너에 출연해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며 해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지난달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김두관 후보는 김씨의 권유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큰 형님 죄송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2012년 당내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기득권 정치를 한다”고 비판한 데 대한 사과였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김씨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할말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김씨를 향해 “당신도 꼰대”라고 설전을 벌였던 박용진 후보는 “김어준의 당내 영향력 때문에 무조건 맞장구 치고 이럴 수는 없다” “지적할 건 지적하고 틀린 건 틀렸다 하는게 맞는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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