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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직원 극단적 선택에 말뿐인 사과…“추가 징계 계획 없다”

조선비즈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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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



네이버(NAVER(035420))의 4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징계’ 논란을 부른 책임자 처분 결정에 대한 추가 조치는 없어서 “말뿐인 사과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 네이버의 일부 임직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이 GIO는 본사와 일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 네이버가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관련 일이기에 제 잘못과 부족함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큰 책임은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 GIO는 “(이 문제는) 한두 사람의 징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전면 쇄신하는 게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다”라고 했다.

이 GIO는 그러면서 “당장 책임을 지고 싶지만 새 구도를 짜고 다음 경영진을 선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연말까지 경영 체계 쇄신을 마무리하라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 GIO가 직접 나서서 사과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말뿐인 사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노조의 요구 사항에 응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노조의 요구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공범으로 지목받았지만 경고 처분으로 끝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라는 것이다.

이 GIO의 사과문은 앞서 나온 사측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 외 노조 요구 수용 등 추가적인 계획을 언급하지 않아 실제로 ‘말뿐인 사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지난 25일 처분 결정 외 추가적인 징계 계획은 없다”라며 “이 GIO의 말처럼 이 문제는 ‘한두 사람의 징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 쇄신이라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하려 한다”고 답했다.


지난 25일 네이버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신모 책임리더를 해임시켰지만, 이들을 채용하고 관리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신 책임리더를 비호했다는 직원 증언이 나온 최 COO에 대해선 경고 처분만 내렸다. 최 전 COO는 같은 날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라며 스스로 COO직만 사퇴하고, 현재 네이버파이낸셜·해피빈재단 등 계열사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결정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 전 COO가 더 이상 임원으로 네이버(본사)뿐 아니라 전 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라며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임원과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노조는 전날부터 사측이 요구에 응할 때까지 출근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음은 이 GIO의 이메일 사과문 전문

그동안의 일들에 모두 충격도 받고 실망도 분노도 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헤어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회사를 해오면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 모델에도 자부심이 컸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새롭고 건강한 회사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 것에 있었습니다. 저 역시 대기업에서 처음 직장을 시작했던 터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에 늘 관심이 많았고 여러분과 힘을 합쳐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나름대로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믿어 왔었는데 이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제 부족함과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족함을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이번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답을 못 찾겠습니다.

이 회사 안에서 괴롭힘이 발생했고 그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이것은 회사 전체적인 문화의 문제이며, 한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제안한 것처럼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 있습니다. 모두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어떤 책임이라도 지고 싶지만 회사의 새로운 구조가 짜여지고 다음 경영진이 선임되고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고생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투자가와 파트너사들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충실히 다음 경영진에게 인수인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쇄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매년 안팎의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왔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서로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일도 힘을 모아 결국 잘 극복해내고 오히려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서 내년에는 새로운 체제에서 더욱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다시 자부심을 찾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리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왔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한발 더 멀리 떨어져서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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