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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 당시 타고 다녔던 다이너스티 리무진 차량. |
광주의 한 독지가가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당시 타던 다이너스티 리무진 차량을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전남 목포시가 이를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시는 지난달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로부터 김 전 대통령이 타던 2008년형 에쿠스 승용차를 기증받아 전시키로 하면서도 이번 다이너스티 차량의 전시를 거부해 "역사적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목포시는 최근 광주에 사는 김모(51)씨가 김 전 대통령의 다이너스티 차량을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전시해 줄 것을 요구해와 검토했지만 기념관에 전시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기증받기 어렵다고 14일 밝혔다. 노벨평화상 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는 의미로 전남 목포 삼학도에 건립되며 6월 15일 개관한다.
김씨가 기증키로 한 차량은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7개월 앞둔 1997년 5월 출고된 6기통 리무진 승용차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김 전 대통령을 배려해 특수 제작해 건넨 것이다. 정 전 회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차량과 똑같은 차량을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도 제공하고 자신도 타고 다녔다.
김씨는 "국내에서 단 3대만 제작된 이 차량이 역사적으로도 희소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폐차하지 않고 관리해 오고 있다"며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아니더라도 김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는 기관에서 기증을 요청해 오면 무상으로 건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전시할 공간이 없다면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시승용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뜻을 목포시해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목포시의 무성의를 꼬집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목포시가 기념관에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복제 기념물은 전시하면서 고인의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대선 유세차량 무상 인수를 외면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며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관람객들 유치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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