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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이대녀'도 강제로 군대 가는 세상이 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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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저출산에 청년 '젠더' 이슈 겹치며 '女징병제' 논란
北·스웨덴 등 제도 운영···헌재 "男만 징병은 합헌"
박용진 '평등복무제', 이준석 '女희망복무제' 제안
여론은 찬반 팽팽...20대 여성 과반이 "징병 찬성"
靑 "軍 성평등부터 개선해야"...국방부도 '신중론'
대선 국면서도 전투력·형평성 등 의견 충돌 가능성
서울경제


지독한 저출산 현상과 청년층의 ‘젠더 이슈’가 맞물리면서 최근 여성 징병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층, 이른바 ‘이대녀’ 집단에서도 여성 징병제에 찬성하는 응답이 더 높게 나오면서 과거와는 논의 흐름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모병제 전환 논의, 한반도 안보 상황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여성의 병역 참여 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다만 여전히 남북이 대치 중인 상황에서 안보와 직결되는 병역 문제를 성별 형평성 문제로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등 군 내 부조리 해결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역시 이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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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등 여성징병···헌재 “軍가산점제는 위헌, 남성만 징병은 합헌”

사실 여성도 강제 징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적이 몇 차례나 있었다. 특히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 징병제 논의에 급격하게 불이 붙었다.

실제로 북한,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쿠바,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리아 등은 남성과 함께 여성도 징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인권이 발달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성 중립적 징병제’라는 이름으로 여성징병제를 운영 중이다. 스웨덴은 2010년 폐지했던 제도를 2018년에 다시 부활시켰다. 노르웨이에서는 남녀 모두 동일하게 1년 간 복무하고 생활관도 같이 쓴다. 북한 여군은 7년간 복무하며 이스라엘은 여성 24개월, 남성 30개월씩 복무한다.

한국 헌법재판소도 2010년과 2011년, 2014년 이 논쟁을 직접 다뤘다. 우리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정한다. 또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 병역법이 헌법 정신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헌재 판단까지 이어진 것이다.

헌재는 각 결정 때마다 남성만의 의무복무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가장 최근인 2014년에도 재판관 전원이 합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근력 등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안보라는 특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법권자가 징집 대상 범위를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의 경우 월경·임신·출산 등의 생리적 문제가 군 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봤다. 성희롱 등 성적 기강 해이 문제도 헌재가 우려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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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여성 군복무 논의 재점화···이준석, 징병제엔 ‘회의적’

헌재 결정 이후 한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여성 군복무 논의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린 이는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4월18일 출간한 책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혼합한 병역제도를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자며 “모병제 대상자에게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전인 지난달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여성 징병제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대신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이 현실적”이라고 부연했다. 콘서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여성희망복무제를 시행해도 지원하는 여성이 적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논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여성 징병제 논란은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박용진 의원이 제안한 ‘남녀평등복무법’을 소개하며 “최근 들어 한국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줄어들고 있는 출산율을 감안하면 20년 내에 현 병력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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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찬반 팽팽···20대 여성은 “징병 찬성” 과반

여성 징병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남성만 징병해야 하는지, 여성도 징병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47%는 ‘남성만 징병’, 46%는 ‘남녀 모두 징병’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 징병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는 여론조사에서는 징병 대상인 20대에서 찬성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징병’이라는 응답이 51%로 ‘남성만 징병(37%)’이라는 응답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심지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찬성이 우세했다. 18~29세 여성들은 ‘남녀 모두 징병’에 48%가 찬성했다. ‘남성만 징병’을 고른 사람들은 35%에 그쳤다.

응답자를 모든 연령의 여성으로 확대해도 47%가 ‘남녀 모두 징병’을 원한다고 답했다. ‘남성만 징병’이라고 답한 경우는 43%였다. 오히려 여성 징병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남성들이었다. 남성 응답자 중 ‘남성만 징병’이라고 답한 비중은 51%로 ‘남녀 모두 징병(44%)’보다 많았다.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자도 늘었다. 응답자 중 43%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6년 35%보다 증가한 수치였다. ‘현행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016년 48%에서 올해 42%로 줄었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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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군 성평등부터 개선해야”···저출산에 논란 확대 가능성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출산율 감소로 우리 군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빚고 있고 남성 징집률도 90%에 육박한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지난 4월 여성 징집제 도입 검토를 청와대에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29만명가량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이달 18일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국가 안보의 핵심 사항이라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상비 병력 충원 가능성’과 ‘군사적 효용성’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특히 여성 징병제는 병력의 소요충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등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여성 징병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군복무 환경, 성평등한 군 조직 문화 개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건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정부는 병영 문화 개선과 함께 복무 여건 및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군 당국도 현재 국민적 공감대 형성, 사회적 합의 등을 이유로 여성 징병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지만 모병제 전면 도입, 여성 징병제 도입 등에 대한 논란은 저출산 추이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지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 징병제 아래에서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한 병 입영 소요는 매년 20만여명에 달하는데, 지난해 이미 출생아 수 30만명이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 남성 징병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군 총병력을 50만명으로 감축하기로 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첨예한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병력을 이 이상 더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투력’ ‘형평성’ ‘남북관계’ ‘성범죄 위험’ 등에 대한 개인·집단 간 인식 차이도 끊임 없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이준석 대표 당선으로 ‘청년’ ‘젠더’와 같은 키워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유력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이어질 공산도 크다. 다만 국가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특정 성별·지역·계층·세대만 겨냥한 듯한 선심성 공약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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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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