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커피 자영업자인 배훈천씨가 '순수한 자영업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MBC 방송 내용을 지난 15일 공유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조 전 장관 페이스북 |
“당신 일베지?”
배훈천(53)씨가 운영하는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의 커피 가게에 ‘전화 폭탄’이 날아든 것은 지난 15일 오후부터였다. “너 ‘국짐’(국민의힘 멸칭) 당원이지?” “광주(光州) 사람이 어떻게 5·18을 폄하하느냐?” “국짐으로 꺼져라” “태극기 부대로 가라” 등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폭언·욕설을 하거나 ‘가게 못 할 줄 알아라’ 등 협박성 발언도 있었다.
자영업자인 배씨는 지난 12일 광주에서 열린 ‘만민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무능, 무식, 무데뽀” “현 정부 들어 공무원, 배달 기사, 노인 일자리 말고 늘어난 일자리 봤는가” “정치권·시민단체 사람들은 우리처럼 가족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해본 적 있느냐” 등 배씨 발언이 14일 본지 보도로 알려지자 광주 이웃 상인들은 “말 잘했다” “현 정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타지에서도 ‘후원금을 보내겠다’ 같은 응원 전화가 걸려왔다.
조국, 자영업자 배훈천 |
MBC 진행자는 배씨가 활동하는 ‘호남대안포럼’에 대해 “보수 야당과 밀접한 정치적 조직”이라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친여(親與) 유튜버 ‘헬마우스' 임모 작가는 “배씨는 단순 자영업자로 토론에 나선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 인물이 정치적 행사를 연 것”이라고 했다. 해당 포럼에 야당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는 식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배씨가 과거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가 있다며 반대 서명운동을 한 경력도 언급했다.
배씨는 “일베 사이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과거 유시민의 개혁당 이후 정당에 가입해본 적도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특별법이야말로 5·18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MBC 방송 내용에 대해선 “나를 교묘하게 태극기 부대나 일베라고 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이런 방송 내용을 올린 것은 배씨를 ‘일베 사장’으로 몰아가는 ‘좌표 찍기’나 다름없는 행위였다고 배씨는 주장했다. 배씨 아내와 여성 매니저는 무작정 전화를 걸어 욕설부터 해대는 낯선 남성들 탓에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며 공포감을 호소했다. 결국 배씨는 15일 밤 전화선을 끊었다.
조 전 장관이 배씨 관련 방송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 각종 친여 인터넷 커뮤니티엔 배씨를 비난하는 게시물도 속속 올라왔다. ‘순수한 자영업자가 아니다’ ’5·18 폄하하는 극우’ ’쓰레기 같다’ ‘가게 가서 위생 상태 등 불법 점검해야겠다’ 등 내용이었다. 배씨는 “광주 사람이 어떻게 5·18을 폄훼하고 모독할 수 있겠느냐”며 “교묘하게 저를 일베로 몰아가는 프레임, 여기에 교묘하게 편승하는 조 전 장관은 지금 마녀사냥, 인격 살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니면 무엇이냐”고 했다.
배씨는 “전화 폭탄과 함께 인터넷에서 신상 캐기가 시작된 뒤 저와 아내, 직원들의 영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배씨는 전남대 86학번으로 1학년 때 운동권 서클에 들어가 6월 항쟁에 참여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타도를 외치며 투쟁했던 대학 시절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배씨는 “조 전 장관 등은 자기들만 옳고 고고하다는 선민 의식에 빠져있다”며 “5·18 정신, 민중의 고통 등과 관련한 진리와 정의는 자기네가 독점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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