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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시마 80%가 여기서… 수확철엔 섬 절반이 건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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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조선일보

땡볕에 10시간… 6월 평일도는 다시마 천지 - ‘다시마 섬’이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지난 7일 찾은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는 눈이 닿는 곳곳이 다시마 천지였다. 흑갈색 다시마가 뿜어내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진동했다. 국내 다시마 생산의 80%를 책임지는 ‘해조류 본고장’ 전남 완도에서도 생산량이 가장 많은 평일도는 6월 한 달간 새벽부터 이어지는 다시마 말리기 작업으로 ‘수확 총력전’을 펼친다. /김영근 기자


지난 7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平日島). 길쭉한 널빤지 모양으로 자른 다시마 수천 장이 노천 건조장에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다시마 섬’이라는 별명처럼 눈이 닿는 곳곳이 다시마 천지였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땡볕 아래 흑갈색 다시마가 뿜어내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진동했다.

새벽 2시에 출항한 어민들이 근해에서 수확한 다시마가 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4~5시. 이때부터 건조 작업에 들어가는 다시마는 10시간 정도 햇볕에 말린 뒤 수거해 선별 작업에 들어간다. 임규정 완도군 금일읍장은 “평일도에선 밭작물을 거의 안 키운다”며 “손바닥만 한 땅만 있어도 건조장을 만들어 다시마를 말린다”고 말했다. “평일도 땅 절반이 다시마 건조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했다.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며 꼬들꼬들 마른 다시마를 뒤집던 유재철(60)씨는 “30년 넘게 다시마로 먹고살아 오며 자식들 키우고 가르쳤다”며 “참 고마운 다시마”라고 말했다.

◇국내 다시마 생산 80% ‘해조류 본고장’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전남 완도군은 국내 다시마 생산의 80%를 책임지는 ‘해조류 본고장’이다. 제철 맞은 다시마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수확되고 있다. 완도군 동쪽 해역에 모여 있는 평일도와 생일도, 약산도 등 세 섬이 다시마 주산지로 꼽힌다. 지난 196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시마 양식을 시작한 평일도는 이 세 섬 중에서도 생산량이 가장 많다. 완도군에는 축구장 1600여개 넓이의 다시마 양식장(1347만㎡)이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19만t, 총 360억원어치 다시마를 생산했다. 평일도 생산액이 256억원이니, 군 전체 생산액의 70% 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현재 평일도 인구는 3739명. 다시마 수확철이면 이 중 80%인 3000여 명이 건조 작업에 나선다. 섬 전체가 다시마 수확에 매달리는 셈이다. ‘평화로운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평일도는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이어지는 한 달간 다시마 수확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장마가 오기 전인 6월은 ‘수확 총력전’을 펼치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시마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공급이 줄면서 말린 다시마 최고 위판 단가는 ㎏당 1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000원 치솟았다. 다시마 수확을 통한 어가(漁家)의 평균 매출은 4000만원 정도지만, 많이 버는 곳은 1억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고 주민들이 귀띔했다.

◇99% 수작업 고된 일, 코로나로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99% 수작업에 의존하는 ‘다시마 농사’는 일이 고되기로 유명하다. 매년 10월이면 100m 길이 굵은 밧줄에 다시마 포자를 붙인다. 수면에 있는 밧줄에 붙은 포자는 쑥쑥 자라 커튼을 드리운 것처럼 아래로 길게 처진다. 7개월 정도면 길이 5m, 폭 50~60㎝ 정도까지 성장한다. 어민들은 수확 전까지 세 차례 정도 솎아내기 작업을 벌인다. 50㎝ 간격으로 줄기 30개 중 6~7개만 남기고 일일이 손으로 잘라내는 것이다. 완도군 전체 다시마 양식장에 설치된 100m 길이 밧줄은 21만5300여개에 달한다. 이 밖에도 수확철 채취, 건조, 수거, 선별 등 작업에 손길이 필요하다. 유재철씨는 “다시마 농사가 너무 고된 일이라, ‘다시는 하지 말자’는 뜻에서 ‘다시마’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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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다시마를 말리는 작업은 허리를 쉴 새 없이 굽혔다 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김영근 기자


고령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완도군 다시마 농사는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예년 다시마 수확철에는 평일도에만 섬 인구에 맞먹는 외국인 노동자 3500명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1500여 명에 그쳤다. 올해는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세끼 식사와 깨끗한 샤워장이 달린 숙박 시설, 간식비와 회식비 제공 등을 내걸고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일당도 15만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몇 만원 정도 올렸다고 한다. 오승환 금일읍사무소 수산팀장은 “코로나로 갑과 을이 완전히 뒤집혔다”며 “외국인 노동력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라면 업체 농심의 완도 다시마 사랑은 이곳 사람들에겐 유명한 일화다. 최고 품질 다시마를 쓰겠다는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고집에 완도군은 연간 400t 이상의 마른 다시마를 공급했다. 지금까지 농심이 구매한 다시마의 총량은 1만7000t이 넘는다. 완도 지역 연간 건(乾)다시마 생산량의 15% 수준이다. 지난 3월 신 회장이 별세하자 완도 거리 곳곳에 애도 현수막이 내걸린 까닭이다.

완도군은 내년 4월 ‘완도 국제 해조류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해조류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다시마, 김 등 완도 해조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관련 산업 발전도 이끌겠다”고 말했다.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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