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워싱턴에서 애틀랜타로 이동하며 SNS에 올린 글에서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만족감을 표시한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서는 “한ㆍ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외교가에선 이를 “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유지해왔던 한ㆍ미 동맹 관계의 재정립에 동의했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다. 미ㆍ중 사이의 갈등 국면에서 ‘줄타기’에 가까운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왔던 정부가 무게 중심을 미국쪽으로 이동시켰다는 뜻이다.
핵심 근거는 대만이다. 공동성명서에는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또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한ㆍ미 공동성명서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4자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쿼드 가입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말로 해석된다. 800km로 사거리를 제한해왔던 미사일지침도 폐기했다. 당장 950km 떨어진 베이징(北京)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한ㆍ미는 또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과 관련 “현 시대의 위협과 도전과제로 인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외교 당국자는 “안보ㆍ경제ㆍ기술 등 전반에서 동맹국으로서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호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하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문 대통령이 만족감을 표시한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서는 “한ㆍ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외교가에선 이를 “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유지해왔던 한ㆍ미 동맹 관계의 재정립에 동의했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다. 미ㆍ중 사이의 갈등 국면에서 ‘줄타기’에 가까운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왔던 정부가 무게 중심을 미국쪽으로 이동시켰다는 뜻이다.
핵심 근거는 대만이다. 공동성명서에는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또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한ㆍ미 공동성명서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4자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쿼드 가입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말로 해석된다. 800km로 사거리를 제한해왔던 미사일지침도 폐기했다. 당장 950km 떨어진 베이징(北京)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
한ㆍ미는 또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과 관련 “현 시대의 위협과 도전과제로 인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외교 당국자는 “안보ㆍ경제ㆍ기술 등 전반에서 동맹국으로서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호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임기말 중도층이 호응할 수 있는 ‘친미(親美)’에 가까운 외교 노선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는 필연에 가깝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였던 2007년 8월 '한미FTA의 주역'으로 불린 김현종 전 청와대 2차장(사진 왼쪽)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했다. 연합뉴스 |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내내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워 당시 급부상하던 중국을 배려한 외교노선을 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 핵심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카드를 꺼냈다.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때다.
보수를 표방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을 직접 참관하는 등 파격적인 친중 행보를 선보였다. 그랬던 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반을 넘긴 2015년 12월 한ㆍ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고, 2016년 7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와 11월 한ㆍ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으로 이어졌다. 임기말 친미 노선의 복귀였다.
2015년 9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사드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미국의 불만을 샀고, 중국에는 사드 배치 철회가 가능하다는 식의 시그널을 줬다. 위안부 합의도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무력화하면서 한ㆍ일 관계가 사실상 와해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문 대통령이 외교 노선을 미국쪽으로 옮길 조짐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주파로 불리던 김현종 전 안보실2차장을 대미 외교에 정통한 김형진 차장으로 교체했다. 김 차장은 이번 공동성명 조율의 실무 총괄을 맡았고, 코로나로 인해 참석자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서훈 안보실장과 나란히 확대정상회담에 참여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 대통령이 4년만에 미국에 다가서는 결정을 한 배경과 관련 “미사일 지침 폐기, 대만 언급, 반도체 동맹 등 한ㆍ미 동맹 강화 프레임은 확실히 중도층의 표심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라며 “특히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몫’으로 평가됐던 남북정상회담을 임기 마지막해에 성사시켰던 전례와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5년차에 한ㆍ미 FTA를 추진했고, 결국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역시 남은 임기 1년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올인’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번 회담을 앞두고 청와대는 공동선언문에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ㆍ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라는 문구를 넣는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도 23일 SNS 메시지에서 “성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 발표는 기자회견 직전 알려준 깜짝선물이었다.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이어서 북한에 대화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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