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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뭐기에' 변호사 아들에 맞고 산 의사 아빠 "선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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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유 없이 60대 아버지 상습적 폭행
시비 도중 차로 사람 치고 이성엔 스토킹 문자
부친 "사랑으로 못 감싸줬다" 재판부에 탄원
법원 "우울증과 부친 탄원 참작" 집행유예 선고

"아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다." "아들을 나무라고 가르치려고만 했다."

국제변호사인 30대 아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60대 의사가 재판에 넘겨진 아들을 위해 제출한 탄원서 내용이다. 자식의 허물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선처를 구하는 아버지의 호소 등을 감안해 재판부는 아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부친 상습 폭행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에 따르면 A(39)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A씨 어머니인 아내를 간호하고 있는 B(69)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주먹으로 치고 소금 봉지로 뒤통수를 때렸다. 다음 달 새벽엔 아버지에게 "X새끼, XX새끼"라고 욕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배를 걷어찼다.

A씨는 또 '컴퓨터 모니터 가격을 알아보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누워 있던 부친의 얼굴을 플라스틱 바구니로 내려쳤다. 바구니가 부서질 정도의 강도였다. B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에서 '택배를 제대로 반품하지 않았다'며 아버지 머리를 A4 용지로 때리는가 하면, 아버지가 설치해준 사무실 전기장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얼굴과 가슴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B씨는 아들 밥상을 차려주다가 맞기도 했다. A씨는 구속 한 달 전인 지난 2월 식사를 권하는 B씨에게 "싸구려 음식은 차려주면서 아픈 아들은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냐" "너는 들어오면 잠만 잤지, 언제 나랑 대화했냐" 등의 폭언과 함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A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버지 B씨를 폭행한 횟수는 7차례에 달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폭행)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로 들이받기·스토킹… 밖에서도 샌 바가지

한국일보

스토킹 관련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A씨의 폭력 성향은 집 밖에서도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시내에서 운전하다가 호텔 주인과 시비가 붙자 차에서 내려 상대의 휴대폰을 도로에 집어던지고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러고는 도로 차에 올라타더니 상대방을 들이받아 상해를 입혔다. 이 과정에서 호텔 주차장 기둥도 차로 들이받아 망가뜨렸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이성을 스토킹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10월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강습을 받으면서 알게 된 20대 여성에게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석 달간 15회에 걸쳐 일방적 문자를 보낸 것. '날 거지새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라, 너랑 이제 얘기하기 싫으니' 등 상대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12일 A씨의 상습존속폭행과 특수상해, 재물손괴, 특수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A씨는 스토킹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도 기소됐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공소기각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죄질이 좋지 않고 이미 2015년과 2016년 폭행과 재물손괴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우울증과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 부친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재물손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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