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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상 초유 현직 중앙지검장 기소…이성윤, 자진사퇴 안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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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불구속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출근했던 모습. [한주형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23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들의 '김학의 사건' 수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7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서류를 만든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이 이 보고서가 수원고검에 전달되는 것을 막았다는 게 수원지검 수사팀의 결론이다. 또 안양지청 수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 보고서가 반부패부를 거쳐 "더 이상 (수사) 진행 계획 없음"이란 문구가 추가된 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된 것도 수사 무마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들과 법리 다툼을 벌이게 됐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을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면서, 직접 공판을 챙기기 위해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행 발령을 받았다. 또 앞서 기소한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건과 이 지검장 사건의 병합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 수사가 부절적하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등 기소 시점을 미루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세 차례나 수원지검 출석을 거부했다가 네 번째 소환 만에 조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외부 전문가들에게 수사의 적절성을 판단 받겠다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발탁돼 수사선상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어 지난 10일 수사심의위는 8대4로 이 지검장 기소를 권고했고, 이날 기소로 이어졌다.

이 지검장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기소 발표 이후 "수사 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와 대검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기소에 이르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당시 수사 외압 등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 회복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된 만큼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직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 여당에서도 그의 거취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지검장에 대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지난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 또는 징계는 별도 트랙이고 절차"라며 직무배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지검장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진 사퇴가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국내 최대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현직 신분으로 피고인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돈 봉투 만찬' 의혹이 제기돼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되고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바 있다.

이제 검찰 수사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은 이 검사와 차 본부장 사이를 연결하는 등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차 본부장이 이 비서관의 개입을 시인한 만큼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핵심 인사인 이 비서관이 법정에 서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관련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 2019년 초 문재인정부는 정책과제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는데, 경찰 고위급이 얽힌 '버닝썬 사건'이 드러났다. 이에 청와대가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해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이 검사의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 등 관련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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