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은 12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2019년 6월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과 수원지검은 11일 이 지검장 기소 시점을 두고 이견(異見)을 보였다가 ’12일 기소'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이 12일 현실화되는 것이다.
◇朴장관, “李 거취 생각 안 해봤다”
그럼에도 박범계 법무장관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지검장에 대한 검찰 안팎의 사퇴 여론에 대해선 “그런 의견을 직접 들은 바는 없다”고 했다.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법조계 인사들은 “‘정권 수사' 방탄 역할을 해 왔던 이 지검장을 홀대할 수 없겠지만 상당한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법무부 |
박 장관은 이날 이 지검장을 직무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와 직무 배제 또는 징계는 별도의 절차고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도 아니고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했다. 기소가 돼도 징계를 받지 않고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검사로는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이 있다.
이 지검장도 이날 평소처럼 차장 보고를 받으며 통상 업무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보직 사퇴 등은 고려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이 지검장이 표시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영렬 때와 천양지차
그간 검찰에선 고위 간부가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되면 일단 비(非)수사 부서로 인사 조치되는 게 관행이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서로 휘하 검사들에게 격려금을 돌렸다는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이 전 지검장은 곧바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강등’됐다. 이후 2017년 6월 면직 처분이 내려졌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그는 승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성윤 지검장도 기소되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고검 차장으로 전보돼 일단 수사 지휘에서 배제되는 것이 상식적”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지검장을 수사한 수원지검 이정섭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검찰 2인자'인 이 지검장에 대해 우리가 없는 죄를 만들어 수사할 이유가 없다”며 “그 자리에 윤석열 전 총장이 있었어도 똑같이 기소했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지검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될 경우, 검찰 내부 동요를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은 초기에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어야 했다”며 “이 지검장이 소집을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의 외부 인사들이 압도적 다수로 ‘기소’ 권고를 함으로써 수사팀이 정당성을 확보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 관련 고발 사건’까지 정권의 의도에 맞춰 사건 지휘를 해 온 이 지검장을 청와대가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렇게 되면 박범계 장관, 이용구 법무차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이 지검장 등 법무·검찰의 수뇌부가 각종 사건으로 피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인 인사들로 채워지게 된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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