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제도에 대해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진다", "무안주기식 청문회" 등 작심 비판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반발이 쏟아졌다. 야당의 반대에도 29번이나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 청문 제도를 비판할 자격이 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청문회 도덕성 검증 문제와 관련해 떳떳하다면 비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자격 논란과 관련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은 정말 유능한 장관, 유능한 청와대 참모들을 발탁하고 싶다"며 "그런데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분야는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 부분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덕성 검증도 중요하지만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에선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 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임 후보자는 두 자녀 동반 외유성 출장과 민주당 당적 보유, 아파트 다운계약 문제, 박 후보자는 도자기 밀수 문제, 노 후보자는 관테크(관사 재테크) 의혹과 위장전입 문제 등이 불거진 상태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청문회 제도는 정말 이 상태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실제로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협의 과정에서도 여야 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사진제공=연합뉴스 |
현 정부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합의 채택 등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지금까지 총 29번이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문 대통령 발언에 반발하며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임·박·노' 트리오에 대해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라며 "대통령의 오만이 결국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부적격 장관 3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은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나 야당 의견과는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독선과 아집"이라고 비난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합류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임혜숙·박준영 후보자의 경우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협치를 흔드는 행위라고 경고한다. 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소한 임혜숙, 박준영 후보자는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청와대에 미룰 일도 아니다. 그것이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청문회 도덕성 검증과 관련해 떳떳하다면 비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은 여러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해왔고, 이번 개각에서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청문회 기준을 낮추자는 문 대통령 발언은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한 것은 진보 정권이고, 청문회 기준을 엄격하게 만든 것도 여당이 야당 시절일 때 행해진 것"이라며 "능력과 도덕성을 분리해서 보자는 시각도 말이 되지 않고, 국민 정서상 맞지도 않다. 떳떳하다면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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