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강한 톤으로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인사청문회가 ‘무안주기식 청문회’로 흘러가면서 좋은 인재 선발이 어렵다는 문제 인식이 깔려 있다. 야권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른바 ‘임·노·박 후보자(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발탁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등 임명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 3명에 대한 이견 조율을 위한 오후 의원총회를 앞둔 상태에서 나온 언급이다. 여당 결정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무안주기식 청문회 좋은 인재 선발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인사청문회’에 대한 입장을 첫 질문으로 받았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단행한 4·16 개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발송 시한일이다. 문 대통령은 야권이 반발하는 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지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세 후보자를 옹호했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노 후보자는 국토부 개혁 및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할 외부 인사로 적합했다는 판단이, 해운산업 전문가인 박 후보자는 해운 강국 위상을 되찾기 위한 적임자로 봤다는 것이다. 야당이 ‘낙마 1순위’로 겨냥하고 있는 임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인데. 여성 진출을 위해서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담아 지명했던 것이다”고 감쌌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행 인사청문회가 망신주기식 청문회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자기 분야에서 나름 성공하면서 신망받고 살아온 분들이 이 험한 청문회에 앉고자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위한 명분 쌓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동조하고 나섰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청문회 제도는 정말 이 상태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한 의원 의견을 청취했다.
파행 10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관련 국회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가 야당 반대로 파행을 겪고 있다. 특위 회의는 이날 오후 여당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재개됐다. 서상배 선임기자 |
야당은 극렬 반발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부적격 장관 3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은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발의 여파로 국민의힘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불발시켰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서병수 의원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
◆ 전직 대통령 및 이재용 부회장 사면엔 “국민 공감대와 형평성 등을 생각해야”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관련해서는 형평성과 국민 공감대를 대전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은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 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 당시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고 한 언급보다는 진전된 표현으로 여겨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
문 대통령은 또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서도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우리가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형평성,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기소했지만 지금은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 질문에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은 유력 주자로 인정되고 있어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관련한 질문도 받았는데,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문자에 대해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면서도 “문자로 의사 표시하는 분들은 그만큼 더 상대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설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문자폭탄’과 관련해 우려 섞인 언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 문자가 예의 있고 설득력을 갖출 때 그 지지를 넓힐 수 있지 반대로 문자가 거칠고 무례하면 오히려 지지를 더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고도 했다.
이도형·이우중·김주영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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