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삐리릭'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자마자 구글 인공지능(AI)이 그날 날씨와 주요 뉴스를 브리핑해준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훑어본다. 점심 때 먹을 맛집 메뉴를 찾아보고 약속 장소로 가는 최적의 거리를 검색한다. 오후엔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잊지 않고 QR코드를 찍는다. 퇴근 후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추천한 동영상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일상이다.
관점을 달리해 보자. 우리가 구글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검색한다면. 우리의 클릭과 '좋아요', 구매 이력은 그저 그들의 수익을 위한 공짜 원재료에 불과하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으면서 사회를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에 섬뜩함을 느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막연한 두려움을 품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일상이 감시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특히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말이다.
기업의 목적은 자명하다. 행동잉여를 가능하면 더 많이 포획하는 것. 처음엔 사람이 온라인에서 남긴 행동을 발견해 이를 모으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감시를 통해 공격적으로 행동잉여를 사냥하고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은밀하게 인간의 행동 데이터를 착취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이들 이용자는 인간이 아니라 행동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사는 기업이다. 인간은 필요한 행동잉여를 만들어 내는 도구일 뿐이다.
'감시 플랫폼'의 출발부터 하나하나 되짚어가 보자.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2001년 '구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골똘히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듣고 보고 경험한 모든 것이 검색 가능해질 것입니다. 당신의 삶 전체가 검색 가능해진다는 뜻이에요."
구글과 페이스북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스타트업을 잇달아 사들였다.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이제는 스마트홈 기기, 착용형 기기, 자율주행차량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10년 '좋아요' 버튼을 전면 도입한 페이스북 역시 가상현실(VR) 기업 오큘러스와 메신저 앱 와츠앱을 인수한 뒤 이제 드론과 증강현실(AR) 개발에도 뛰어든다.
소설 '1984'에서 전체주의 권력을 상징하는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시민의 모든 일상을 감시한다.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빅 아더(Big Other)'라는 새로운 권력이 창출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수집당하고 분석당하는 데이터로 도구화된다.
유토피아인 줄 알았던 디지털 세상은 실은 인류를 디스토피아로 내모는 트로이 목마일까.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사생활 정보 '동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의 거래와 닮은 것일까. "깨어 있으라. 저항하라"는 저자의 절규가 가슴에 콕 박힌다.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