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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의 윤석열 저격…'친박 vs 尹' 국민의힘 내분 시작됐다

중앙일보 현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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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초선, 대구 달서병)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당시 자신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로 과물탄개(過勿憚改·과실을 범했으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뜻)의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한때 내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을 씌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윤 전 총장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경찰청장 때인 2013년 6월 윤 전 총장이 이끄는 수사팀에게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과 대법원(2015년 2월)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의원은 당시 사건을 거론하면서 “억울한 송사에 휘말려 들면 그로 인해 입게 되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와 고통은 너무나 커서 영혼이 파괴될 정도”라며 “윤 전 총장에게 적폐로 몰려 사법처리된 분 중엔 분명 저같이 억울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높여주는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는 관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 진정성 있게 고해성사 하는 과정을 거쳐야 윤 전 총장께서도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우국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행동대장 격이 윤 전 총장 아니었나. 수사하며 고의든 과실이든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하는 게 새로운 지도자상에도 부합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Q : 당은 ‘윤석열 영입’에 적극적인데.

A : “윤석열 전 총장만이 대안이고 답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Q : 억울한 사람은 또 누가 있나.

A :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억울하다고 내가 답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Q : 다른 의원과 논의했나.

A : “가까운 의원 몇 명에게 말했더니 ‘회견을 안 했으면 한다’고 걱정하더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지난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지난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김 의원이 처음이다. 당에선 공개적으로는 “김 의원 개인의 문제일 뿐”(권성동 의원 등)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내부에선 “충분히 할 만한 주장”이라며 공감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TK(대구·경북), 친박계 중진 그룹에선 “윤석열 전 총장은 적폐 수사로 보수의 씨를 말린 장본인”이라며 그가 한 과거 수사에 대한 입장 정리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당 주변에선 이번 회견을 계기로 과거 앙금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지나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반면 ‘박근혜 탄핵’ 등을 경험하지 않고 계파에서도 자유로운 당 초선 그룹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정국이 다가올수록 정권교체라는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길 수만 있다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김재원 전 의원)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며 “자금·조직이 필요한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결국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어떤 생각인지는 본인이 아니니 알기 어렵다”면서도 “현직 시절 지휘한 수사를 지금 따로 반응하거나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그간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한 야권 핵심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룰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윤석열 전 총장의 적폐수사에 대해 범야권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며 “서로 시각차가 커서 합의 도출이 어렵다면 그냥 미봉인 상태로 놔두고 평가를 역사에 맡기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판 vs 권은희=이날 김 의원은 자신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는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고 했는데, 이 특정인이 바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다. 2012년 말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사건을 맡았던 권 의원은 “김용판 당시 청장이 수사를 막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고 이게 김 의원 기소의 주요 근거가 됐다. 이후 김 의원은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이번엔 권 의원을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했지만 권 의원 역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현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 논의가 진행중인데 만약 합당이 성사되면 한때 불구대천의 관계였던 김 의원과 권 의원이 한솥밥을 먹게 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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