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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편지⑧] 미얀마 군부도 임시정부도, 시민들 희생 애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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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후 두 달간 700여명 숨져

군부 “불법시위·사망 과장” 발뺌

임시정부 자처하는 연방대표위도

60건 성명 냈지만 애도·위로 없어

함께 나선 시민들만 묵념으로 추모


한겨레

12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쿠데타 반대 시위 장소에 도착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군경이 수류탄에 기관총까지 쏘아대고, 사망자·사상자 구분 없이 도로 중간에 쌓아놓고, 전쟁에서 승리한 듯 광기 들린 소리를 질렀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지난 9일 미얀마 양곤에서 70㎞ 떨어진 바고에 사는 지인이 전해준 현지 상황입니다. 군부 초청을 받고 미얀마를 취재한 미국 <시엔엔>(CNN) 기자단이 전날 돌아가자마자, 군부는 바고 시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하룻밤 새 쑥대밭이 된 바고에서는 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상자는 집계도 되지 않습니다.

군부는 미얀마 제1 도시 양곤도 대부분 제압했습니다. 무장픽업트럭과 병력운송트럭으로 분주하게 주거지를 돌면서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을 수배, 체포했다는 소식을 연일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제 도로 어디서든 일반 차량과 군경 차량이 나란히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요한 공포 속에서 양곤 시민들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시민들이 목숨 걸고 저항하는 소식들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들려옵니다.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로 13일 현재 사망자 수가 714명인데, 잔혹한 폭력이 멈추지 않는다면 금세 1000명이 넘을 거 같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걱정과 두려움에 매주 보내던 ‘미얀마 편지’를 지난 한주 쉬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한겨레

13일 미얀마 양곤의 시청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경찰차가 주둔해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지금 미얀마에는 두개의 정권이 서로를 부정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지난해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시민들과 아이들을 학살하며 체포된 시위대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군부정권입니다. 반대편에는 쿠데타 이전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꾸린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라는 임시정부가 있습니다. 연방대표위는 내전을 선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시민들에게 새벽이 오고 있으니 계속 시위에 참여하라고 독려합니다.

시민들은 임시정부를 지지해 두달째 거리로 나가 목숨을 건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합법 정부를 자처하는 두 세력은 어느 한곳도 무고하게 죽은 시민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함께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갔던 시민들이 시위 전 묵념으로 애도하고 위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에도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한국 시민들이 미얀마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함께 아파해주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부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영토도 나라도 아닌 바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간 양곤에서 출퇴근 때마다 한국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상황 발표를 청취했습니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브리핑은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위로의 말로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자국민의 목숨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애도와 위로라도 해야 합니다.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연방대표위는 지난 2월11일 임시정부 구성 이후 최근까지 60건 이상의 공식 성명을 냈습니다. 그것들을 모두 찾아봤는데, 성명 어디에도 시민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살상한 주체인 군부가 “불법 시위대였고 사망자 규모도 부풀려졌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군부에 대항한다는 연방대표위가 보이는 태도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정부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

시민들의 희생 잊지 말아주길

미얀마 시민들은 이제 지쳐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려움과 피로감에 찌든 시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연방대표위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애도하며 성명을 시작하고 중간중간 희생한 국민들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언급해야 합니다.

올해 미얀마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과거 우리도 이런 거울이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울을 통해 국가가 무엇인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과 희생을 잊지 말아주시고, 기억 속에서 한번 더 떠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양곤/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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