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김종윤 기자 = 신춘호 농심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농심과 롯데그룹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경영체제가 시작되면서 사촌지간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범롯데가(家) 2세 경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신춘호 농심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형제는 생전 의절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농심과 롯데가 각각 식품·유통업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한 채 창업 1세대 시대가 저물면서 남은 숙제를 2세대가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격호·신춘호 형제 갈등 안고 영면
27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롯데그룹이 2세 경영체제에 접어들며 두 그룹 사이 관계 회복에 관심이 쏠린다.
신춘호 회장과 신격호 회장 사이의 앙금은 재계에 잘 알려져 있다. 갈등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신춘호 회장이 라면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당시 라면사업이 '시기상조'라며 신춘호 회장을 만류했다.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65년 한국으로 돌아온 신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롯데공업을 창립해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이에 신격호 회장이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말라"고 엄포를 놓자 신춘호 회장은 1978년 롯데공업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하고 수십 년간 형과 왕래를 끊었다. 두 형제는 선친 제사도 따로 치를 정도로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신춘호 회장은 신라면과 새우깡을 포함한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하며 지난 56년간 농심을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로 키웠다. 신격호 회장 역시 롯데그룹을 90여개 계열사 매출 1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리고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1월 신격호 명예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롯데와 농심 관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신춘호 회장은 결국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장례 일정 동안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지켰다.
두 형제 모두 영면에 들 때까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결국 롯데와 농심의 관계 회복 숙제는 2세대로 넘어갔다. 재계에 따르면 신동원 부회장은 롯데그룹을 이어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친목 모임을 만들 정도로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신춘호 회장 젊은 시절© 뉴스1 |
◇식품·유통 시너지 낼까…일본 불매 불똥엔 '선 긋기'
재계와 식품업계에선 식품과 유통업계 1위인 두 그룹이 협업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춘호 회장이 생전 우애가 두터웠던 형제와 경영 협업에 나섰던 사례도 있는 만큼 2세 경영 체제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신춘호 회장은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협업해 농심·푸르밀 자매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농심 과자 이름을 사용해 인디안밥 우유·바나나킥 우유·초코 바나나킥 우유를 만들었지만, 농심이 푸르밀에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아 가족 간 우애가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불거질 때마다 롯데와 함께 농심이 타깃이 돼 곤란을 겪기도 했던 만큼 두 그룹의 관계 회복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농심은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불매운동 발생 당시 롯데와 협업과 경영 참여가 없는 독자 기업이며 일본과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날 신춘호 회장의 장례식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형제가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두 그룹의 관계 회복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바로 귀국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 격리에 들어가 장례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장례식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b3@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