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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대외경제 지표가 호황을 기록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소위 우리나라 팝아트의 전성기였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위해 예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저성장 시대 소위 경제민주화라는 말로 ‘먹고사니즘’이 다시 대두한 시절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정신이 ‘잘 살아보세’ 였잖아요. 그리고 90년대 문민정부 들어와서는 ‘더 잘살아보세’ 였어요. 2000년대 10년간 키워드는 ‘부자 되세요’에요. 물론 우리 사회는 동물과 비참을 벗어나기 위해서 달려왔어요. 그런데 물질적으로 달려갔다는 거죠. 그러면서 2000년대의 ‘부자 되세요’ 앞에 생략된 말이 있어요.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에요. 그래서 패션과 예술도 결합하고, 팝 아트도 창궐하고, 미술 시장도 성장했죠. 그러면서 예전 예술가의 역할과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모더니즘의 철학이 있었죠. 일종의 계몽 엘리트주의인데, 예술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고 알리는 존재였어요. 그렇게 모더니즘은 거인들의 시대였죠. 하지만 신자본주의로 전 지구가 단일화되면서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예술을 대표로 하는 상징가치들이 사용가치가 되고 물질이 됐어요. 그렇게 소위 속물들의 세계가 창궐해 버렸죠”
그는 대중의 반대는 엘리트라고 말했다. 봉건 프레임에 따르면, 대중은 지배받는 자 또 엘리트는 지배하는 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미국에서 발생한 대중 소비문화 때문에 깨졌다고 강조했다. 즉 앤디 워홀이 말한 코카콜라는 교황도 거지도 마신다는 것. 이렇게 기존의 엘리트와 대중의 구도에서, 대중 소비문화라는 팝의 테두리 안에 전부가 포섭된 것이 미국 팝아트의 배경이었다. 더욱이 산업혁명 후 봉건제는 노동가와 자본가 구도로 변했고, 대중 소비문화가 시작되면서 생산만 담당하던 노동자는 소비자가 됐다. 그렇게 그는 억압의 주체가 예전에는 외부에 있었지만 대중 소비 체제에서는 내면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대중 소비문화와 신자유주의를 그는 ‘내 안에 봉건제’로 압축했다.
“팝아트라는 정의를 제 식으로 내리면, 인간은 모순된 존재에요. 인간은 남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고 또 사랑받으려 하죠. 반면 남이 안 좋아해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어요. 두 감정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죠. 그게 바로 팝아트에요. 팝은 남들 다하는 거고요. 아트는 나만 하는 거예요. 즉 이 두 개를 교통하고 충돌시키는 게 팝아트죠. 가령 워홀의 작업을 보면 배우 마릴린 먼로는 누구나 다 알죠. 그런데 진짜 마릴린 먼로가 누군지는 잘 몰라요. 그 두 개를 합쳐 놓은 게 워홀의 작업이에요. 그렇게 팝에서 시작해서 아트에 방점을 찍는 거죠. 하지만 보통은 아트를 팝으로 만드는 걸 팝아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우리 팝아트의 매너리즘은, 예술가가 대중 아이콘을 기계적으로 그리면 당연히 팝아트가 된다고 생각해서 벌어진 현상이죠”
대중 소비사회를 비꼬는 팝아트는 영국에서 시작돼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중 소비가 본격화된 건 88올림픽이 시작된 80년대 후반과 문민정부가 출범한 90년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우리 미술계에 팝아트가 본격적으로 등장 한 건 IMF 이후였다. 즉 대량소비가 아닌 기업이 망하고 대중의 주머니가 가벼워졌을 때, 예쁜 팝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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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요. 미술계의 예능이 팝이에요. 처음 우리 대중문화에서 예능이 등장한 시기를 생각해보세요. 그게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면서였어요. 2000년대의 경향이죠. 그렇게 싸게 더 친근하게 가는 거에요. 그런데 예능이 처음 나올 때 욕을 엄청나게 먹었잖아요. 이게 방송이냐 아니냐부터 공영방송의 가치가 퇴색됐다. 또 싸구려다 등등. 처음 윤종신 김태원 이런 사람들이 예능에 나올 때 변절자라고 그랬어요. ’넌 음악인이 아니야’라고 했죠. 그런데 어느덧 예능이 대세가 돼버렸죠. 그게 팝아트에요. 미술의 예능화. 지금 팝아트의 매너리즘은 작가들이 자기 철학이 없어서 그래요. 예능도 철학이 있는 예능은 잘 되잖아요. 결국 수준 차이죠”
모더니즘의 영웅적 예술가들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라면, 팝아트란 SPA 브랜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팝아트를 미술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장르라고 강조했다. 팝과 대중에서 출발하기에 아래와 주변을 지향한다는 것. 따라서 현재의 자본 중심주의는 미학적으로 하나의 키치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나간 포도주나 최근 불고 있는 재즈 열풍처럼. 따라서 대중 소비문화의 그런 키치를 되돌리는, 아방가르드 정신이 팝아트에 있다고 했다.
“봉건적인 미학에서는 그야말로 물질이 가치에요. 비싼 차, 거대한 집, 아름다운 외모, 자기 계발 등이 바로 이 물질성에 근거하죠. 그야말로 겉멋에 있어요. 저는 패션이란 게 겉멋이라고 보거든요. 그것이 포화상태가 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럼 그 극단에서 결국 속멋이라는 게 나오게 돼요. 그럼 겉멋으로 속멋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렇게 수준이 자꾸 높아지는 거예요. 예전에는 명품으로 겉멋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이제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에 상징가치로 넘어가는 거죠. 그렇게 철학이 들어가면서부터 속멋이 나오는 거에요. �션계에서 쓰는 엣지있다는 말도 사실 아방가르드하다는 뜻이죠. 모든 사람이 중심을 향할 때 나 홀로 가장자리를 가겠다는 거예요. 그게 패션에서 말하는 아방가르드였는데 이제는 대중 미감이 됐어요. 다시 말해 엣지가 힙스터가 된 거죠”
한편 그는 속물은 남들이 추구하는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반면, 고급 속물은 남이 하면 하지 않는 희소성을 추구한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세속적인 삶을 사는 우리 안에는 기본적으로 속물성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왕이면 고급 속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득 그가 UK 프로젝트를 위해 낸시랭을 선택한 이유도, 팝아트 작가로서 낸시랭의 철학보다 오히려 당당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팝아트의 특징은 뻔뻔스러움이에요. 나 명품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건 속물이고요. 말로는 나 명품 안 좋아라고 하면서, 드리스 반 노튼은 철학이 있어서 좋아라고 말하는 게 고급 속물인 거죠. 그런데 낸시랭이 파괴력 있는 건 그 고급 속물의 허위의식을 깼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명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엘리트층이었어요. 그런데 자꾸 사회가 세련돼지면서 명품이 키치가 돼 버렸죠. 명품을 진짜 명품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어요? 루이비통은 현대의 키치에요. 지오다노가 아니라”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란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타고나는 존재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 타고남에는 비단 예술가로서의 재능도 있지만 정체성도 있다고. 그는 우리 사회에서 낸시랭이 팝 아이콘인 이유는, 바로 청담동 된장녀의 표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청담동 된장녀가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가장 강력한 존재기에, 충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는 7월 그는 강북과 강남에서 ‘분단 예능’이라는 주제로 남북을 격렬하게 대비시키는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자못 예술가의 능력을 문제의식의 거대함으로 본다는 그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미술기획자이자 팝아티스트였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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